법원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가장 중요한 보상”

입력 2022-06-17 04:07

KT 전현직 직원 1312명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최대 40%의 임금이 삭감됐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지난달 26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지만, 정년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는 16일 KT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KT와 노동조합은 2014∼2015년 진행된 단체협약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정년을 종전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직원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근로자들은 “노조가 사측과 밀실 합의를 했고 근로자 1인당 10~40%의 임금이 깎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원고 측은 재판에서 “KT의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기각했다. “정년연장을 연계해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으로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KT의 2014년 경영 상황과 인력 구조를 보면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절박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된 건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조치인데, 이 법은 사업주와 노조에 정년연장을 할 경우 임금 삭감 등도 포함된 임금체계 개편을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업무량이나 강도에 관한 명시적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