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통제 개혁안, 역사의 퇴행 없도록 폭넓게 논의해야

입력 2022-06-17 04:07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 개혁안 윤곽이 드러났다. 경찰의 모든 수사를 검사가 지휘토록 한 형사소송법이 개정됨에 따라 막강한 경찰 권력을 통제할 장치 마련이 핵심이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 각종 사무를 관장하는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장관이 경찰 행정뿐 아니라 수사 지휘권까지 갖도록 했고, 민간 통제를 너무 강조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경찰로의 회귀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자문위 안은 아직 발표도 안 된 초안에 불과하므로 정부는 향후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자문위 안의 문제점은 행안부령으로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제정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인사·예산·감찰 등 행정사무를 관할한다는 점, 법 개정 또는 행안부령 제정을 통해 수사를 직접 담당할 사법경찰에 대한 장관의 통제권을 명시한다는 점이다. 지금 경찰 행정사무 심의·의결권은 국가경찰위원회가 갖고 있다. 이는 분출된 민주화 요구에 따라 1991년 경찰법이 개정되면서 자리를 잡은 시스템이다. 현재의 경찰위가 유명무실하다고 과거 독재정권의 시스템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 경찰 수사권에 대한 장관의 통제 역시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때마다 경찰의 수사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에 의심이 쏟아졌고,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책임은 경찰에 있다. 그렇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정무직인 장관의 경찰 수사 직접 통제를 허용할 수는 없다.

‘검수완박’이라는 성급한 입법으로 공중에 떠버린 국가형사사법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게 사실이다. 다짜고짜 법을 바꿔놓고 후속 조치는커녕 원 구성도 못하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공권력인 경찰의 기본 시스템을 성급하게 바꿔서는 곤란하다. 야당이 다수당이라고 국회 논의를 두려워해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