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맞불 집회

입력 2022-06-17 04:10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시민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스스로 집회를 열어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반정부 집회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 요구 집회조차 원천 봉쇄되기 일쑤였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법적 요건만 갖추면 어떤 내용의 집회라도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던 지난해 1~10월 전국에서 신고된 집회 건수는 11만8000건이었다. 사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옥내집회나 1인 시위는 제외된 수치다.

집회의 자유 확대는 우리 사회가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라는 증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집회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집회 소음 관련 112 민원이 2만2854건 접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이후인 지난 5월에는 4074건으로 치솟았다. 집회의 자유와 인근 주민들의 환경권·평온권이 충돌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 열리는 보수 단체의 집회와 서울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진보 단체가 주최하는 ‘맞불 집회’는 이런 갈등을 첨예하게 보여준다. 법정 기준치를 넘나드는 소음,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욕설, 장송곡 방송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맞불은 탈만한 것들을 미리 태워 번져오는 산불을 진화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곤 하지만 맞불 집회는 증오심과 경쟁심을 부추겨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무제한일 수는 없다.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 장소 제한은 완화하되 소음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집회 주최 측과 주민의 기본권 충돌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