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ESG, 상반기 평가등급 경쟁사에 비해 저조

입력 2022-06-17 04:07 수정 2022-06-17 04:07
하나금융지주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등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이 ESG 경영을 오랜 기간 강조해온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국내 ESG 연구 기관 서스틴베스트의 올해 상반기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경쟁사인 KB·신한금융지주(각각 AA등급)보다 한 단계 낮다. 한국거래소 관계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2021년 평가 결과도 비슷하다. 하나금융은 종합 A등급을, KB·신한금융은 각각 A+등급을 받았다. KCGS는 부문별 평가 등급도 공개하는데 하나금융은 환경·지배구조에서 최고 등급을 받지 못했다. 세계 ESG 연구 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가 평가한 하나금융의 ESG 위험 점수는 25.8로 ‘중간’ 수준을 받는 데 그쳤다. 은행 그룹에 속한 평가 대상사 997곳 중 388위다.

지배구조 평가 등급이 깎이는 데는 하나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DLF는 미국·영국 이자율 스와프 금리 변동 폭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최고 위험 등급’ 상품이었는데도 내부 상품위원회 부의 안건에는 ‘정기 예금과 같은 안전 자산 선호 고객의 수요 충족’과 같이 안전성을 과장한 표현이 기재됐다. 상품을 출시하면서 자산운용사가 제시한 손실 구조를 검증하는 절차 또한 거치지 않았다. 각종 위원회·이사회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전사적인 내부 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평가업계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사의 경우 당국이나 법·제도에서 요구하는 여러 위원회·이사회를 표면적으로는 제대로 설치해두고 있다”면서도 “문서나 인터뷰 등을 통해 위원회·이사회 구조나 운영 방식·조직 문화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 KB·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차이가 좀 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환경 평가의 경우 관련 성과나 공시가 미흡했다. 각사 홈페이지·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2020년 ESG 채권 발행액은 6800억원으로 KB금융(18조5000억원), 신한금융(1조7000억원)에 비해 저조하다. 하나금융은 아직 금융 자산(대출) 포트폴리오상 온실가스 배출량도 공시하지 않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