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후반기 원 구성 지연으로 ‘입법부 공백’ 상태가 18일째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양보하더라도 원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김창기 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를 놓친 상황에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까지 못 하게 된다면 향후 대여 투쟁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입법 권력 사수’를 요구하는 지지층을 무시할 수 없다며 “더 버텨 보자”는 입장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원 구성도 못한 유령국회, 무노동 무임금 선언하고 세비 반납하자”며 여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원 구성)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한 발씩만 양보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은 체계·자구 심사권 등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친이재명계 한 재선 의원도 “원 구성이 늦춰질수록 윤석열정부가 장관 인선을 비롯해 국정 현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명분을 줄 뿐”이라며 “법사위원장직을 내어 주더라도 민심이 더 떠나기 전에 원 구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법사위 사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수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입법 공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이런 인식은 당장 예정된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중도층보다는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 고위 관계자는 “입법 권력 사수의 최후 보루인 법사위를 넘겨주면 지지층이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 내에선 2~3개월 정도는 원 구성이 지연돼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인식도 엿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상반기 교육위·복지위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박순애·김승희 후보자 인사검증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청문회 패싱’ 우려가 커지자 자체 팀을 꾸려 검증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