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당시 47세)씨가 월북을 시도했었다는 정부 발표가 뒤집혔다. 해경은 16일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해경은 2020년 9월 사건 발생 직후 북한 통신 감청 첩보, 고인의 도박과 채무 등을 근거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1년9개월 만에 ‘월북했다’는 발표가 ‘월북 근거가 없다’로 바뀐 것이다. 국방부도 이날 이씨의 월북 시도 추정이라는 당시 발표에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도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섣부른 월북 판단을 수정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정권 맞춤형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새 정부 들어 결론을 번복한 해경은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씨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대목이 많다. 당시 문재인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는지도 의문투성이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새벽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됐고, 다음날 오후 3시30분쯤 북측 해상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오후 9시40분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군에 사살됐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이씨가 북측에 발견된 것을 확인한 정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이날 오후 6시36분이었다. 정부는 이씨 행방을 아는 순간 북측에 이씨 송환을 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없었다. 통지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건 발생 3일 만에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미안’ 발언 이후 상황은 종료됐다. 남북 공동조사도 없었고, 문재인정부도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유족의 요구를 묵살했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항소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진상을 밝혀달라는 이씨 아들의 요구에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대부분의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다.
지금부터라도 진상 규명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살된 사건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 의무가 1년9개월 동안 방치돼 있었다.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나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 국회와 법원, 정부는 진상 규명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설]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왜곡… 진상 끝까지 밝혀라
입력 2022-06-1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