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끼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식생활은 주거와 일자리, 건강 등 일상의 모든 부분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은 바로 그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를 가리키는 선진국이란 단어는 애매하고 막연하다. 한국은 선진국일까. 그렇다면 한국인의 식생활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굶지는 않지만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식사 선택권이 없는 삶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까.
이 책은 권기석 양민철 방극렬 권민지, 국민일보 기자 네 명이 썼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편집국 이슈&탐사팀에서 ‘빈자의 식탁-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다. 저자들은 당시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와 현장의 모습, 취재원들과 나눈 대화를 자세히 털어놓았다. 여러 활동가와 복지시설 관계자, 전문가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도 솔직히 전했다. 저자들은 취재원들에게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매끼 식사 사진을 받아 공개했다.
스물네 살 박민석씨는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던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혼자 산다.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그는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해피인에서 두 번 받은 밥으로 일주일을 산다. 매달 생활비는 40만원, 월세 23만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버틴다. 가끔 몸이 허한 것 같으면 노브랜드에서 1900원짜리 햄버거를 사 먹는다. 가족과는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경남의 한 도시에 사는 마흔두 살 오민정씨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3만원 원룸에 산다. 5년 전쯤 변이형 협심증과 패혈증, 급성췌장염, 류머티즘성 관절염, 저혈당, 저혈압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병원비는 내야 하는데 일은 할 수 없으니 식비에 쓸 돈이 없다. 매주 목요일 복지관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세 가지 반찬을 담아 가져다주면 일주일 동안 나눠 먹는다.
권기석은 저자의 말에서 “가난한 사람이 잘 먹지 못한다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식사를 선택할 수 없고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한다는 건 누구나 겪고 있거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