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안부 대응 자문단 구성 난항… 국가경찰위는 고심 중

입력 2022-06-16 04:08
이상민(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경찰위원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강화 논의에 맞대응 성격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단장 인선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단장은 행안부 장관이 주도하는 경찰 개혁 논의의 대척점 역할을 할 공산이 커 자문단 합류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경찰위는 전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자문단을 20~30명 수준으로 늘려 ‘자문그룹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숫자를 늘린 건 자문그룹에 합류하는 인사들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애초에는 국가경찰위와 동일한 규모인 7명 수준에서 자문단을 꾸리려고 했다. 논의를 주도할 자문단장도 먼저 선임하지 않고 자문그룹을 우선 구성한 뒤 그 안에서 호선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일 자문단장직을 제안받은 김정식 순천향대 교수가 고사한 영향도 크다. 결국 자문단 출범 자체가 이후 1주일 넘도록 표류하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실세 장관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라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가는 정권 내내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경찰위 위원들은 사회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문그룹 합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의 지시로 만들어진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는 ‘친검찰’ 성향의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등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이에 대응할 인사로 채우겠다는 게 경찰의 구상이다.

국가경찰위 내부에서는 “국가경찰위 실질화와 행안부 장관의 통제 강화는 공존할 수 없는 얘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직접통제를 강화하면 현재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국가경찰위의 존재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국가경찰위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 범위에 ‘치안’을 추가하거나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지금까지 알려진 행안부 자문위의 논의 내용을 보면 경찰 역사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보인다”며 “지금까지 경찰은 정부·여당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문제였지, 안 들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장 용퇴론’까지 제기되는 등 일선 경찰의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부산 지역 한 경찰관은 내부 게시판에 김창룡 경찰청장을 향해 “잔여 임기 38일 동안 경찰국 신설이 완성된다면 후배들에게 치욕을 남긴 청장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용퇴하라”고 촉구했다. 행안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예고한 경찰관도 나왔다.

전날 비판 성명을 낸 경남경찰 직장협의회(직협)에 이어 광주·전남경찰 직협과 경기남부경찰 직협이 입장을 내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행안부가 추진 중인 지휘·감독권 강화 방안에 대해 광주·전남경찰 직협은 “경찰이 오히려 시민을 억압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경기남부경찰 직협은 “민주 경찰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