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나고 있다. 개인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는 형국이지만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한·미 간 기준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이탈은 가속화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15일 증시 급락세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25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245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닥도 1년8개월 만에 800선을 반납했다. 국내 증시가 최근 힘없이 흘러내린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보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2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해 외국인 전체 순매도 규모가 12조890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지난 2주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더 빨라지고 강해졌다. 미 연준이 이번에 0.75% 포인트를 인상하면 미국 금리는 1.50~1.75%로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이머징마켓(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수익률은 -15%를 기록했다. 1994년 이후 28년 만의 최악의 성적표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최근 20년간 가장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예고하며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무조건 매도 태세’에 들어갔다”며 “경영 기반이 탄탄한 회사들조차 주가를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주’인 삼성전자는 이날 전날보다 1.94% 하락한 6만700원에 거래를 마쳐 ‘5만 전자’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회사 주가는 4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 배경에도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가 있다. 외국인 지분 비율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50.20%까지 떨어져 50%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은 2016년 4월 29일 49.59%를 기록한 이후 한 차례도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7년 53~54%대로 올라섰던 외국인 지분은 2019년 7월 31일 58.01%로 최고 수준에 이른 뒤 줄곧 줄어드는 추세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 7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는 일차적으로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돈을 걷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스마트폰과 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줄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매물을 ‘저가 매수’로 여겨 잘 받아주는 것도 외국인이 쉽게 주식을 던질 수 있는 요인이다.
증시 낙폭이 과도하게 확대된 탓에 조만간 기술적 반등이 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중장기 전망은 밝지 않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기에 들어간 성장주를 중심으로 6~7개월 안에 기술적 반등이 올 수 있다”면서도 “다가올 경기 둔화에 대비해 반등 시기를 틈탄 수익 실현 욕구도 함께 올라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훈 권기석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