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확정 시 원숭이두창은 6번째로 PHEIC가 선언되는 감염병이 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WHO가 오는 23일 긴급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최근 원숭이두창 확산을 PHEIC로 분류할지 논의할 방침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브라히마 폴 WHO 비상대책국장은 “사태가 통제를 벗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WHO는 다만 잠정 권고를 통해 일반 인구집단을 상대로 한 대규모 백신 접종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국제보건규칙에 따르면 PHEIC는 특정 질병이 이례적으로 확산돼 국제적인 공중보건을 위협하며 국가 간 공조를 요할 때 선언될 수 있다. 회원국들은 대상 감염병의 발생을 파악한 뒤 24시간 이내에 WHO에 통보해야 한다. 2005년 도입된 이래 총 5종의 감염병에 대해 6차례 선언됐다. 2009년 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H1N1)를 시작으로 에볼라 소아마비 지카바이러스 코로나19가 대상이 됐다.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최소 39개국에서 보고된 상태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는 전날 기준 1800명을 넘었다. 의심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30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 사이에선 WHO가 코로나19 발병 초기 안일한 대응으로 비판받았던 전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최초로 보고됐으나 WHO는 이듬해 1월 22일에야 첫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처음엔 PHEIC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가 일주일 뒤 입장을 바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보단 확산 속도가 느려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더 많은 국가에 퍼질 것이 자명한 상황”이라며 “(PHEIC 선언은) 국제적 대응의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일 0시 기준 9435명으로 엿새째 1만명 미만에 머물렀다. 위중증 환자는 93명, 신규 사망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4일부터 서울 종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대상자는 해당 지역 거주 취업자 및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사업장 노동자다. 업무와 무관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기간 동안 하루에 올해 최저임금의 60%인 4만3960원을 지원받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