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2단 점화를 위해 ‘1단 로켓’ 정부는 이제 떨어져 달라.”
국민일보가 15일 주최한 ‘2022 국민공공정책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부문과 정부의 역할을 로켓에 빗대어 설명했다.
조 교수는 “로켓이 떠오를 때에는 힘을 받아야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는 손을 떼야 대기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 운영 관련 법률을 전면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공공부문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가로막는 요소로 ‘악화하는 재무구조’ ‘부실한 인사 및 평가제도’ 등을 지목했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공공분야의 기능을 ‘국민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완희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서비스에서 국민이 직접 경험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경영평가도 정부 기능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 주무부처와 공공기관이 ‘원 보디’로서 함께 성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석 테라컨설팅그룹 대표는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주인이 명확하지 않고, 국민이 아니라 승진 권한을 가진 상사를 위해 일하게 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진보 또는 보수정권으로 바뀔 때마다 공공성과 효율성 가운데 강조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현재 (공공기관) 평가체계도 굉장히 파행적인 상황”이라면서 “(공공성과 효율성 중)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본질적이고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주제발표와 패널 발표에 이어 진행한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기능 전환과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주제발표자이자 토론 사회자로 참여한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 김대중정부에서 구조조정이 다소 인위적으로 이뤄졌으나, 이는 현시점에서 적절치 않다. 앞으로 덜해도 되는 기능은 단계적으로 줄이고, 추가해야 할 분야를 새로 창출하는 등 기능 조정과 연계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기능에 대한 재검토와 재정립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분야의 민영화 방안를 놓고 국민 서비스 측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모든 논의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하며, (무조건적인) 민영화 공포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민영화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그 이전에 경쟁 도입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민영화 논의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결국 정치권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민영화와 관련해) 관계자들도 국민들을 호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인사나 관료들이 공공기관장으로 내려오는 ‘낙하산’을 두고 다양한 방안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원 교수는 “국민 설득을 통해 낙하산도 다 나쁜 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낙하산 책임제란 표현은 임명자 책임제로 바꿔 쓸 수 있을 것 같다. (인사 제도에서) 임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사진=이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