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공기관 서비스는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대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사업 영역은 지나치게 넓은데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영향은 원래도 높았던 인건비 비중마저 급증하게 만들었다. 이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누적 부채총액을 한 해 국가예산과 맞먹는 583조원(지난해 기준)까지 끌어올리는 주원인이 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공공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기능 다이어트’와 ‘공공기관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주최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2 국민공공정책포럼’ 주제 발표자를 맡은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에 대해 “서비스 질은 훌륭한데 비용이 많이 들고 사업은 방만하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부채가 많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비핵심 산업을 정리하고 인사구조나 경영평가 개선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방만한 사업 영역이 민간을 잠식한다는 점도 기능 조정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임대주택을 꼽았다. 박 교수는 “민간이 임대주택을 짓고 시장 가격으로 임대하도록 해야 (일반 입주자에게) 기피시설이 되지 않는다”며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일종의 ‘바우처’를 제공해 입주할 여건을 만들어주면 소셜 믹스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은 범부처 조직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기능조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부채가 심각한 기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공공기관의 자율성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공공기관장 인사에 ‘부처 장관 추천제’를 도입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장관이 공공기관장을 추천하고 임기는 대통령 임기에 맞출 수 있도록 2.5년으로 하면 기재부를 통한 정부 개입 여지도 줄고 불필요한 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공기관장이 재정건전성을 고민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경영평가에서 재무 측면 비중을 강화해야 하고 중장기 재무관리 검토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며 “안 해야 할 일을 하는지 역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적정 인원에 맞게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