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구구단 외우는 것도 늦어 혼이 날 때마다 ‘나는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거짓말로 나를 포장하고 접근했지만 어설픈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나며 왕따가 되어갔다. 중학생 때는 이런 힘든 상황을 피해 혼자 게임에 빠졌다. 흥미 없는 중학교를 겨우 버티고 술, 담배는 기본이고 폭행에, 수시로 선생님께 대드는 문제아들의 학교로 소문난 후기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거기서도 역시 왕따를 당해 친구들 심부름꾼이 되었다. 반항 한 번 못하는 고통을 피해 무단결석을 하고 PC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생활도 지겨워지자 어려서 어머니를 따라 다녔던 산을 오르며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다 대학 1학기를 마치고 입대하여 전방부대 운전병이 되었다. 그러나 훈련도, 인간관계도 힘든 군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년 만에 복무 부적합으로 제대했다. 부모님은 복학이나 취직을 권했지만 인터넷에서 알게 된 형의 권유로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유혹에 빠져 뜻하지 않게 다단계회사에 들어갔다. 사람을 데려오고 대출을 받아오라고 괴롭힐 때, 마침 유행하던 신종플루에 걸려 다행히 집으로 왔다. 다단계에서 배운 대출로 비싼 음식, 새 핸드폰, 새 옷을 사며 쾌락에 빠졌다. 얼마 후 500만원, 300만원 등의 대출통지서와 엄청난 이자 명세서가 날아왔다. 충격에 빠진 어머니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용광로 회사에 취직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다. 무력하게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엄마가 그것을 몰라서 이렇게 살았어. 네게 너무 미안해!’ 하며 전에 없던 사랑에 큰 감동을 받고 한마음교회 훈련관에 들어갔다.
너무나 따뜻하게 대해주는 형제들의 진심에 마음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하나님 앞엔 나를 포장하며 세상 생각에 빠졌다. 나를 드러내고 싶어 겉으론 잘하는 척 했지만 말씀은 계속 꼬여갔다. 결국 율법의 올무가 내 목을 조여 왔고 형제들의 조언도 마음에 상처만 되었다. 더 이상 이중적 생활을 버틸 수 없어서 14개월 만에 교회를 떠나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패물을 들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러나 얼마 후 한 끼 식사와 하룻밤 잘 곳을 걱정하는 비참한 삶이 시작되었다. 친척집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사촌형에게 발길로 채이는 수모를 당한 후 정처 없는 노숙자 생활을 하며 하루 일당을 벌어 PC방을 전전했다. 그러다 찜질방에서 핸드폰을 훔치다 현행범으로 잡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어두운 방에 스스로 갇혀서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과 소설에 빠져 울고, 화내고, 소리치고 가상의 대화까지 하며 밤낮도, 요일도 잊고 살았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어머니는 개의치 않고 모든 것을 받아 주셨다. 엉망진창으로 허물어져 가던 나는 어머니께서 부어주시는 큰 사랑을 온 몸에 받고 드디어 방을 나와 어머니께 요리도 해드리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늘어갔다. 어머니께 ‘일구를 위해서 저와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신 목사님, 밥을 사주던 형제들, 어머니 몸보신 하라고 고기와 과일상자를 들고 온 교회 가족들 모두가 보고 싶어 다시 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여전히 예수님이 부활하여 우리의 주인이 되셨다는 말씀이 선포되고 있었다. 그러다 송구영신예배 때 마태복음 20장의 ‘오후 5시에 온 품꾼 이야기’를 듣는데 ‘간절함’과 ‘처음사랑’이란 두 단어가 마음에 딱 박히며 지난 삶이 한 순간에 정리되었다. ‘예수님께서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 오셨을까?’ 죽기를 작정하고 찾아오신 그 큰 사랑이 온 몸을 휘감으며 폭포수 같은 눈물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외치며 회개가 터져 나왔다.
예수님은 성경대로 오시고 성경대로 살아나신 분이셨고, 제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그 사실을 전한 것이 선명히 비춰지고, 캄캄한 카타콤에 숨어 살며 예수님의 부활만을 전하다가 사자 밥으로 죽어간 분들의 삶이 역사에 정확히 기록된 사실 앞에 나는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부활은 내가 믿을 수 있든 믿을 수 없든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노숙자가 되었던 것은 환경이나 사람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아왔기 때문임이 선명해지며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이후 새로운 기쁨의 나날이 계속됐다.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던 핸드폰도 눈앞에서 치우고, 예수님이 주시는 100배의 축복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목사님께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제자훈련에 불러주셨고 매일 새벽기도와 우리교회에서 발행한 제자훈련 교재 ‘성령의 권능으로 부활을 증거하라’를 읽으며 훈련반 삼촌들의 한없는 사랑을 받았다.
우리 교회 성도가 운영하는 위그노 사업체인 제빵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건 이유와 목적 없이 서로를 사랑해서 이해하고 용납한다는 귀한 사실을 배웠다. 복음증거를 위해 함께 모여 일을 하고 직장에서 함께 점심시간마다 부활 복음을 외치고 매일 천국의 삶을 누리고 있다. 복음으로 교제하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으로 공동체와 함께 사랑 가운데 천국을 향해 달려간다.
도일구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