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토 회의때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 한·일은 불투명

입력 2022-06-16 04:0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 최초로 참석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3국 공조의 복원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양자 정상회담은 개최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위안부 합의 문제 등으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데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내부 사정이 복잡한 이유가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15일 “나토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됐고, 나토 주요 회원국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한다.

이번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유엔총회 기간의 회담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문재인정부 때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동안 3국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일본 측의 강경한 태도로 무산된 바 있다.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3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가진 회담에서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 정상화 등 북한 미사일 대응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전까지 양국 간에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 참의원 선거도 있어서 관련 얘기가 오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 당국도 일본 측이 양자 회담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굳이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기시다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면서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당장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자국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일본 정부가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을 안 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는 산케이신문 보도와 관련해 “외교 문제가 정해지기 전에 확인해드리기는 어렵고,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