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오지로 불리는 전북의 하늘길이 반토막 날 우려에 놓였다. 유일한 항공 노선인 군산~제주 노선 운항 편수가 한 달 뒤부터 절반으로 감축될 예정이어서 도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더불어 날로 수요가 늘어나는 군산공항(사진)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북도와 군산시 등은 국토교통부가 내달 15일부터 군산~제주 노선을 두 항공사간 오전과 오후 1편씩, 하루 4차례만 운항하도록 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군산~제주 노선은 진에어와 제주항공이 각각 오전·오후 2편씩 하루 8차례 운항하고 있다.
감축 원인은 항공사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하거나 이동키 위해 배분된 시간) 배분 때문이다. 그동안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운항을 중단한 이스타항공의 슬롯을 임시로 활용해 여객기를 띄웠지만 최근 이스타항공이 항공업 복귀를 앞두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스타항공은 운행 재개에 맞춰 보유한 슬롯 반환을 요구했고,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반환에 따른 비행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경영난 회복을 위해 군산공항 슬롯을 수익 노선인 김포~제주 노선에 먼저 활용하기로 하면서 군산∼제주노선 항공편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도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것은 물론 모처럼 호황을 맞은 군산공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군산공항 이용객수는 28만197명으로 최대 성수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군산공항 탑승객은 3만5200여 명으로 최근 20년 새 한 달 수치로 가장 많았다.
이용객 증가 이유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한 탓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진에어와 제주항공이 취항에 나서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군산~제주 노선 운항 감축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북애향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노선 감축은 현실을 도외시한 국토교통부의 자의적 정책”이라며 감축 운항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최근 제주 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 도내 관광객들의 타격이 심하고 군산공항 활성화에도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도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이들 기관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노선 유지 또는 하루 3편(왕복 6회)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탑승객 수요가 날로 증가하는 만큼 반드시 정부의 증편 운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