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 사건은 검찰이 몰랐던 일을 들춰내 억지로 수사에 나섰거나, 종결된 사안을 정치적으로 다르게 해석하며 법의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발이 이뤄진 지 38개월이 지나도록 외압으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미뤄진 사건이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상을 밝혀 다시는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검찰이 박상혁 의원을 소환조사하겠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수사의 시작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17~2018년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은 이런 정치보복 수사를 좌시하지 않고 대응기구를 만들어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가 계속되는 동안 민주당이 강력하게 검찰과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지금까지 어떻게 처리됐는지 따져보면 지금 민주당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들이 정권 차원의 압박에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곳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의혹을 수사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한 서울동부지검이다. 그런데 기소 이후 한찬식 당시 동부지검장, 권순철 차장, 주진우 형사6부장은 좌천성 인사를 당한 뒤 사직해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멈췄다. 이후에도 ‘친정권 검사’가 배치돼 수사를 막는다는 말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는 점은 유감이다. 대통령과 생각이 전혀 다른 공공기관장 문제를 방치한 제도적 한계도 명백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벌어진 불법을 없던 일로 넘어갈 수는 없다. 3년 넘게 정권의 눈치를 보며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검찰의 잘못을 나무랄 수는 있지만 뒤늦게 시작한 수사까지 ‘정치보복’이라며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욱 철저히 수사토록 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내 사람을 심기 위해 권력을 앞세워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