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달려온 국가조찬기도회… ‘낮은 곳’ 섬기는 데 앞장 설 것

입력 2022-06-17 03:04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국가조찬기도회·회장 이봉관 장로)가 1968년 제1회 기도회를 시작으로 반세기를 지나왔다. 기도회에는 지난 54년간 탄핵 정국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매년 참석해 기도에 동참했다. 대한민국이 관통해가는 주요 어젠다를 위해 한국교회가 어떤 기도 제목을 놓고 연대하며 뜻을 모으고 있는지 국가 지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기회이자 한국교회의 시대적 역할에 대한 요청을 들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14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회장실에서 이봉관 회장을 만나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조명할 이슈와 메시지, 준비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이봉관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회장실에서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의 시대적 의미와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국가의 통수권자가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조찬기도회에 대한민국 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동참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회장으로서 국가조찬기도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무엇이라 보는가.

“아시아에서 한국이 기독교 국가가 됐다는 것은 기적이다. 아시아 대부분 나라의 국교는 대개 불교다. 한국이 유일하게 기독교가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 하나님의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지난 54년간 대통령께서 개인적 종교 여부를 떠나 매년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에 동참하면서 국가조찬기도회는 국민적 관심을 받아왔다. 기도회는 한국교회의 시선에서도 아주 중요한 행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점점 기독교인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 사회의 마른 샘을 다시 소생시키는 역할을 감당할 기독교인이 늘어날 수 있도록 국가조찬기도회가 기여하겠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하나님이 위대한 신이며 그분을 믿는 것이 진정한 축복임을 인지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현장. 국민일보DB

-지난 2020년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기도회로 진행됐고 지난해엔 참석 인원 수를 제한해 500여명 규모로 개최됐다. 지난해 기도회의 소회와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기대감을 말해 달라.

“지난해 제53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여한 분들의 이야기를 다수 청취했다. 무엇보다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올해도 대통령께서 참석하셔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고, 기독교 성도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찬양과 기도, 설교를 통해 힘든 국민 모두에게 참된 위로와 평강, 희망과 용기를 갖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해보겠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후보로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 분열과 대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올해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정부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요청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올해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전해지길 소망하는가.

“우선 지금 정부와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은 화합과 평화라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의 팔복중 하나가 ‘화평’이다. 성경은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기록하고 있다. 화평케 하는 자는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성령의 9가지 열매이다. 우리가 성령이 충만하면 9가지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화평이다. 이처럼 성경에서 화평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안녕, 평안을 위해 ‘화합과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제54회 기도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주제 성구는 구약성경 말라기 4장 2절이었다. 올해의 성구는 무엇인가.

“국가조찬기도회 주제 성구는 설교자로 등단할 목회자가 정해지면 긴밀하게 논의해 정해지게 된다. 오는 11월 개최될 예정인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는 국가조찬기도회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조만간 선정될 예정이다. 설교자와 주제 성구가 결정되는 대로 한국교회와 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기도회 현장에서 은혜가 충만한 메시지가 선포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국가조찬기도회는 나라를 위한 이 시대의 한국교회 성도들의 지향점이 ‘기도’를 통해 선언적으로 표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시점에서 국가조찬기도회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국가조찬기도회뿐만 아니라 모든 교회가 이 힘든 시기에 하나님을 믿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며, 비록 오늘 고통이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심을 확신케 하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축복 주심을 믿고 인내하는 것이 기도이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국가조찬기도회가 이제는 사회 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낮은 자를 보살피는 영역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들을 찾아 돕거나 후원하는 역할로, 사회를 밝게 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데 앞장서는 국가조찬기도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조찬기도회는 올 초부터 실천해 왔다. 전국 지역별 미자립교회와 경제적으로 힘든 목회자와 신학생, 그리고 기본 생활이 곤란한 취약계층 등 100여곳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독려해나갈 예정이다.”

-지난해엔 20~30세대 참여 독려를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이 활용됐다. MZ세대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중심축으로서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MZ세대의 동참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는 어떤 것이 모색되고 있나.

“사회가 점점 극심한 노령화 현상을 보이는 것처럼 기독교 인구의 평균 연령도 점점 노령화돼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지속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독교 MZ세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국가조찬기도회는 MZ세대들의 관심과 편리함을 위해 메타버스 기도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기기와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기기와 기술을 활용해 MZ세대가 기도회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면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용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기도의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청년들의 동참을 간절히 소망한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으로서 이 시대의 청년 세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MZ세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인 동시에 IMF 국가 위기 이후 최악의 구직난에 내몰린 취약계층이다. 크리스천 MZ세대라고 해서 또래들이 겪는 위기와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 ‘N포세대’로 일컬어지는 동일한 아픔과 어두운 현실을 통과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도 있다. 바로 환란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분별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이는 ‘위기에 맞서 기도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진다.

청년의 때에 자신에게 처한 일상적 현실을 넘어 국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신앙을 가진 크리스천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이 시대 청년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국가를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분명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을 허락하실 것이라 믿는다. 청년들의 기도가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기적의 원동력이 되고 그 기적들이 모여 더욱 발전적인 대한민국을 이룩해나가길 소망한다.”

-하나로 모인 ‘기도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는 ‘화평과 사랑’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지난 2년 6개월간 코로나로 온 나라가 힘들었으며,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탄생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있지만, 국가와 국민과 국가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취지를 생각해서 이번 정부가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하고 정치적 화합과 통합의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할 예정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께서도 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새로운 영적인 힘과 에너지가 충만하도록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