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봉황 올라탄 뒤 쏜살같이 공간 이동

입력 2022-06-15 19:11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내 국내 최장·최고도 모노레일이 대봉산 천왕봉 바로 아래 수직에 가까운 가풀막을 오르고 있다. 나무데크 전망대 밑에 상부정류장이 마련돼 있고, 그 오른쪽으로 소원바위가 자리한다. 아래쪽으로 집라인 탑승장으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다.

함양에서 덜 알려진 산이 대봉산(大鳳山·1246m)이다. 산줄기의 기세는 어느 산군(群)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대봉산은 개명한 이름이다. 본래 이름은 괘관산(掛冠山)이었다. ‘걸 괘’(掛)에 ‘갓 관’(冠) 자를 쓴다. 멀리서 보면 ‘걸어놓은 갓’ 모양이라고 한다. 천지개벽 때 산 정상에 갓을 걸어놓을 만큼의 공간만 남기고 물에 잠겼다 해서 붙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함양군은 2009년 괘관이란 산 이름이 일제강점기 때 지명이라며 중앙지명위원회에 개명을 요청했고, 승인 고시를 거쳐 ‘큰 봉황’을 뜻하는 이름으로 바꿨다. 2개의 봉우리도 천왕봉(1228m)과 계관봉(1252m)으로 각각 개칭됐다.

대봉산 줄기 중 하나인 천왕봉 아래에 대규모 종합휴양시설인 ‘대봉산휴양밸리’가 조성됐다. 크게 대봉스카이랜드와 대봉캠핑랜드로 나뉜다. 스카이랜드는 천왕봉을 끼고 모노레일과 집라인 등 체험시설을 갖췄고, 캠핑랜드는 계곡 건너편에 캠핑장 등으로 구성됐다.

해발 450m 부근의 대봉산휴양밸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로 해발 730m 지점의 모노레일 하부 정류장으로 이동한다. 다른 모노레일처럼 같은 구간을 왕복하는 형태가 아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랐다가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순환형이다. 탑승시간은 왕복 65분 정도. 정상 바로 아래 구간은 몸이 완전히 의자에 쏠릴 정도로 가파르다.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고 이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30분 남짓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면 천왕봉 정상에 들어선 상부 정류장이다. 모노레일로는 국내 최고(最高) 높이다. 길이 역시 3.93㎞로 가장 길다. 능선을 따라 전망데크가 조성돼 있다. 여기에 올라서면 지리산 천왕봉, 장터목, 세석평전, 벽소령, 형제봉, 반야봉 등 지리산 능선 전체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데크 바로 아래 소원바위가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하산할 수도 있지만, 짜릿한 모험을 즐기려면 집라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집라인을 이용하려면 모노레일을 타기 전 미리 결정해야 한다. 헬멧, 안전벨트 등 장비를 착용하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계곡 위 하늘을 가로지르는 집라인.

소원바위에서 아래로 20m쯤 내려서면 집라인 탑승장이 있다. 집라인은 천왕봉 아래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 능선을 지그재그로 이동하며 내려간다. 모두 5개 코스에 3.27㎞다. 첫 번째 코스가 150m 남짓으로 가장 짧고, 4코스는 1150m로 제일 길다. 3코스와 4코스는 계곡을 가로지르며 쏜살같이 공간 이동을 한다. 허공을 가르는 최고 속도는 시속 120㎞에 달한다고 한다. 온몸으로 맞는 바람과 진동에 긴장감을 감출 수 없지만 푸른 산이 품으로 달려드는 느낌에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하다. 어른 기준 모노레일 왕복은 1만5000원, 모노레일+집라인은 5만5000원이다.

앞서 개장한 대봉캠핑랜드는 병곡면 원산리에 위치한 힐링형 숙박시설이다. 9만4000㎡ 부지에 단체숙박이 가능한 대봉사나래관을 비롯해 대나무 둥지, 솔향기 둥지, 볼로초 둥지로 명명된 15개의 숲속의 집, 캠핑용 야영데크와 향토 음식 체험이 가능한 대봉먹거리관 등 체류형 힐링 시설로 가득 차 있다. ‘지리산 뷰’를 자랑하는 숙박시설은 ‘숲나들e’에서 함양 대봉산자연휴양림을 찾아 예약해야 한다. 비수기 대봉사나래관은 6만원, 숲속의 집은 7만원부터다.

환경성 질환의 선제적 예방·관리를 목적으로 지어진 대봉힐링관도 지난 4월 1일 개장했다. 지상 3층(연면적 2503㎡) 규모로, 1층에는 The건강한식당 안내로비, 2층에는 건강배움터 건강놀이터 건강체험존 테라피탕 찜질방상담실 기초검진실 심신치유기구, 3층에는 다목적강당 숙박시설 등을 갖췄다.



함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