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형 콘서트·페스티벌이 재개되는 이면에서 ‘티켓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중고 거래 신고 이력 등을 확인하는 등 피해 방지 노력을 하고도, 갈수록 교묘해 지는 사기꾼들의 수법에 넘어가는 실정이다.
14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20대 김모씨는 지난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야외에서 물을 뿌리는 ‘워터밤’ 축제 티켓을 거래한다는 한 판매자의 글을 발견했다. 김씨는 판매자 계좌 정보를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인 ‘더치트’에 조회했다. 별 다른 이상 내역은 없었다. 김씨는 “(휴대폰) 현재 시각이 나오도록 예매 내역을 인증해달라”고도 요청했다. 판매자는 현재 시간이 찍힌 예매 내역 사진과 본인의 전화번호를 보내며 김씨를 안심시켰다.
김씨는 티켓 2장 값으로 30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사이트에서도 아예 탈퇴했다. 알고 보니 판매자가 보낸 예매 내역은 가짜였다. 구매자들이 시간이 표시된 예매 내역을 인증해달라고 요청하면 미리 캡처한 시간에 맞춰 내역을 보내 구매자들을 속인 것이다. 예를 들어 오후 1시 18분에 캡처한 내역이 있다면 실제 보내는 시간도 오후 1시 18분에 맞춰 바로 찍어 보낸 것처럼 행세했다. 김씨를 비롯한 7명은 최근 경찰에 판매자를 고소했다.
‘대리 티케팅’ 사기도 일어나고 있다. ‘피케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예매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매가 어려워지자 대신 예매를 해주겠다면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백모(46)씨는 지난 9일 중고 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 인천의 한 콘서트 티켓 판매자와 거래했다. 판매자는 무대 앞 두 번째줄 VIP석 좌석 티켓이라며 사진을 올려 구매자를 유도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써서 좋은 좌석을 쉽게 예매해줄 수 있다고 속였다. 백씨는 대구에서 열릴 콘서트에 가족과 함께 가기 위해 판매자에게 대리 예매를 부탁했다. 판매자에겐 10명의 VIP 티켓 가격 154만원에 수고비를 더해 19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입금이 이뤄진 후 판매자 전화번호는 착신이 거부됐다.
피해를 당하면 계좌에서 돈을 빼가지 못하도록 하는 ‘지급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사기 판매자들은 다른 계좌번호를 사용해 이를 피하기도 한다. 지난 3월 박모(21)씨는 중고 티켓 거래를 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판매자는 본인 티켓을 취소한 뒤 박씨 아이디로 다시 예매하는 ‘계정 옮기기’를 해주겠다며 20만원가량을 받은 뒤 잠적했다. 계좌 도용도 의심됐다. 판매자가 박씨에게 티켓 대금을 받은 계좌는 알고보니 또 다른 피해자 A씨의 계좌였다. 박씨가 돈을 A씨 계좌에 보내자 판매자는 A씨에게 “실수로 잘못 보냈다”며 해당 금액을 다른 계좌로 송금하도록 해 돈을 가로챘다.
중고 티켓 거래 사기는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다. 더치트에 따르면 2020년과 지난해 발생한 티켓 사기 피해사례는 각각 2871건, 2243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 13일까지 2463건을 기록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