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더 강한 긴축 움직임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강(强)달러 현상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 기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4원 오른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1292.5원까지 치솟으면서 기존 연고점인 지난 5월 12일의 1291.5원을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2020년 3월 19일(1296.0원)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1290원대로 치솟던 환율은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진 뒤 다소 안정되면서 1300원 선을 밟지는 않았다.
달러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강달러 현상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높아지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세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4~15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어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환율의 고공행진은 국내 실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강달러 국면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입는 기업 피해는 더욱 커진다. 다른 경쟁국 통화 가치도 함께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만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외국인의 투자금 유출 규모가 더 커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공개 회동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전날 구두로 개입한 데 이어 이날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에 대응하기 위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데서 (국제금융시장 요동이) 주로 기인했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시장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시장 불안에 대비한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점에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대응 조치를 사전에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위기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 탓이다. 금융시장에선 이달 미 기준금리 인상 직후 수일 내 1300원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도 환율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즉각 거둘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뒤 협정 재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