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8일째인 14일 전격 파업 철회를 결정했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경기도 의왕 내륙물류기지(ICD)에서 3시간 가까이 5차 실무대화를 진행한 끝에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합의했다. 양측은 안전운임 적용품목 확대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한 화물차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유가보조금 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15일부터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물류 수송에 나설 방침이다.
화물연대 측은 협상 타결 이후 “늦게라도 정부에서 안전운임을 폐지하지 않고 지속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여야와 대화를 이어가고자 한다”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화물연대와의 대화에 응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 등을 지속 추진하고,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과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당초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 차종·전 품목 확대’를 확약 받은 것은 아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제도 유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 받은 데 의미가 있다. 화물연대가 ‘지속 추진’ 선에서 타협한 데는 가뜩이나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크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파업이 길어질 경우 조업이 줄면서 개인 사업자 성격이 강한 화물차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교섭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다섯차례 이뤄졌다. 이중 3차 교섭은 10시간 이상, 4차 교섭은 8시간 이상 마라톤 협상을 벌였음에도 막판 결렬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날 오전까지도 교섭 일정을 잡지 않았던 양측은 오후에 공개적으로 대화를 재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물류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의왕 ICD를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원 장관은 “국민 경제를 볼모로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대화는 지금도 가능하고 오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논평을 내 오후 8시 만남을 공식 요청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했다.
다만 파업 장기화로 물류대란이 터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여전히 안전운임제를 두고 기업과 화물차주 간 입장차가 커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파업 철회를 결정했지만 지난 7일부터 계속된 파업으로 산업계는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손실을 1조6000억원(12일 기준)으로 추산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크게 추정한다.
세종=박상은 이종선 기자,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