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찍 들던 행안부 자문위 “수사인력·수당 확대” 당근

입력 2022-06-15 04:10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 방안뿐 아니라 수사인력 증원 등 인프라 강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독립’이라는 명분과 ‘인력·예산’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경찰 지휘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취임 이후 4차례 진행된 행안부 자문위 회의에서는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이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크게 길어졌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고 사건 처리도 지연된다는 얘기다.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 결과 경찰 업무가 늘어난 만큼 인력은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수사인력을 증원하고, 각종 수당을 인상하는 등의 인력과 예산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행안부에 제출할 최종 권고안에도 이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 자문위원은 “행안부가 경찰의 감독기관을 자처하는 만큼 무조건 통제·관리 방안만 언급할 게 아니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지원책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등 현실적으로 감안돼야 할 부분이 많아 ‘실현 가능한 수준’을 최종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근 자문위원장도 전날 국민일보와 만나 “행안부 장관이 직접 경찰 관리·감독에 나서면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 경찰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조직을 담당하는 행안부가 인력 증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기재부를 상대로 한 예산 확보도 더 용이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의 인력 증원 요청을 외면해 온 행안부가 실제로 얼마나 인력 확충에 나설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다”고 했다.

자문위는 또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직에 대한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권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방식을 참고한 것이다.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을 일부 제한하고 고위직 인사 추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는 경찰 내부 목소리는 거세지는 상황이다.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식 등으로 정치 권력이 경찰 조직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경남경찰 24개 관서 직장협의회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행안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민주 경찰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행안부 움직임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작성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언급하면서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처우를 개선해주겠다고 공약해놓고 장관급은 고사하고 노비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적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