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00만원대 폭락… 7개월 만에 3분의 1 토막

입력 2022-06-15 04:10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암호화폐 시장은 증시보다 더 큰 패닉에 빠졌다.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14일 2000만원대로 주저앉으며 7개월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7개월 만에 1조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며 암흑기의 시작을 알렸다. 최근 한 암호화폐 담보대출업체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출(코인런) 사태가 급락장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장중 2741만2000원을 기록해 연저점을 새로 썼다. 1주일 전보다 25% 이상 하락한 수치다. 한때 8200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이 3000만원 아래로 내려온 건 2020년 12월 17일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 규모 2위인 이더리움 역시 140만7000원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76%나 가격이 빠졌다. 지난해 11월 3조 달러(약 3824조원)에 육박했던 전 세계 암호화폐 시총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암호화폐 담보대출업체 셀시우스에서의 대규모 인출 사태가 급락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셀시우스는 이용자가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인 ‘리도’ 프로토콜에 이더리움을 맡기고 지급받는 토큰 ‘stETH’를 담보로 최대 70%까지 이더리움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이용자는 이렇게 빌린 이더리움을 다시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해 20%에 가까운 이자를 받거나 대출을 추가로 받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셀시우스가 지난 1년간 800억원에 해당하는 손실을 고객에게 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셀시우스의 지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코인런’이 발생했다. 셀시우스는 12일(현지시간)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함에 따라 모든 계좌의 인출, 교환, 송금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이날 약 3시간 동안 비트코인 인출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점도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쇼크가 증시를 덮치며 위험회피 심리를 부추겼다. 최근 나스닥지수와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암호화폐 시장도 매도세가 강해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 2.0의 서비스 출시 연기 발표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매도 압력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과 stETH의 가격비율이 깨지면서 청산이 이뤄졌다”며 “셀시우스는 입출금 중단과 함께 담보로 보유했던 비트코인을 매도하며 시장 전체의 하락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