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피해 눈덩이… 팔짱낀 국회 “네탓”만

입력 2022-06-14 22:53 수정 2022-06-14 22:54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를 맞은 14일 부산 남구의 한 레미콘공장 주차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파업 장기화로 전국 주요 산업현장에서 물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조합 화물연대 파업이 14일로, 8일째 이어졌다.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국회는 이번 사태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노·사·정’ 협의에만 의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 비판에만 주력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의 쟁점이 안전운임제 연장 여부에 있는 만큼 여야가 관련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단순한 노사관계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인 부분이 이슈가 되고 있다”며 “입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은 화물차주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 올해 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상시 제도화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의를 진행해야 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가 국회 의장단 선출과 원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입법 공백상태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관련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았다.

여야는 사태 해결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노·사·정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열린 직후 기자들을 만나 “화물차주와 화주가 협상의 당사자이고, 정부가 중재하는 입장”이라며 “그 세 당사자가 모여 어떤 안이 도출돼야 당이 입법사항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안전운임제 상시화 대신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연장 찬성 쪽으로 입장을 잡고 있는데, 정부 입장이 먼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정부·여당의 민생 외면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야 지도부 4인 회동’을 긴급 제안했다. 민주당 비대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사태는 어차피 정부·여당이 풀어야 할 숙제”라며 “긴급회동을 제안한 만큼 여당도 지금처럼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서도 여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경계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긴급회동 제안에 대해 “(노·사·정) 협상이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협상에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회가 안전운임제 상시제도화에 대해 고민을 할 시점인데, 그게 어렵다면 연장 여부라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먼저 입장을 정해줘야 야당이 따라갈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주저주저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정현수 강보현 김승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