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탑건’은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선글라스와 항공 점퍼를 유행시켰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3억538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고 87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곡상을 수상했다.
‘탑건: 매버릭’은 36년 만의 속편이지만 더 아찔하다. 미 해군의 타격 전투기 파일럿 양성 기관 탑건스쿨에서 훈련받은 피트 미첼(톰 크루즈) 대령, 콜사인(호출부호) ‘매버릭’은 진급도 전역도 하지 않은 채 전투기 조종에만 매달리며 살아간다. 매버릭은 탑건스쿨로 돌아가 테러지원국 핵시설에 미사일을 떨어뜨릴 6명의 파일럿을 선발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후보군에는 전편에서 자신과 비행 중 사망한 동료 구스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도 있다.
작전을 완수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2분 30초.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폭파하는 것은 물론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돌아오게 훈련해야 한다. 자신을 ‘노인네’라며 무시하던 후배 파일럿들에게 전설적인 비행 솜씨를 선보이며 친해질 때쯤, 매버릭에겐 더 무거운 역할이 주어진다.
친절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과거 서사는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영화에 몰입하게 해준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톰 크루즈와 발 킬머, 맥 라이언 등의 리즈 시절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도 볼거리다. 젊은 후배들과 해변에서 미식축구를 즐기는 매버릭은 얼굴의 주름살만 빼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영화의 백미는 속도감 넘치는 공중전이다. 한계점으로 여기는 마하 10에 도달하는 매버릭의 첫 비행 장면부터 관객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구불구불한 협곡을 곡예하듯 저공비행하는 장면, 핵시설을 폭파한 후 쏟아지는 미사일을 피하는 대목에선 숨이 막힌다. 손에 땀을 쥔 130분이 흐른 뒤 시사회장에선 이례적으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영화는 실제 탑건스쿨이 있는 네바다의 미 해군 비행장과 캘리포니아의 미 해군 비행장에서 촬영됐다. 톰 크루즈는 실제 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에서 직접 전투기에 탑승해 이륙 장면을 찍었다. 배우들은 수개월간 비행훈련을 받았다.
‘탑건: 매버릭’은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지만 맞춤옷을 입은 듯한 캐스팅이 보는 맛을 더한다. 영화 ‘위플래시’에서 스승에게 반항하던 재즈 드러머 마일즈 텔러, ‘상사에게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로 국내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글렌 포웰 등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들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제니퍼 코넬리 등을 조합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는 14일 기준 글로벌 박스오피스 수익이 7억 달러를 돌파했다. 톰 크루즈를 비롯한 주연 배우와 제릭 브룩하이머 프로듀서가 이번 주 내한해 관객들을 만난다. 22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