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고물가를 부른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총동원하겠다고 말했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마땅치 않다. 물가 상승에 영향이 가장 큰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수단은 이미 다 썼다. 공공요금은 인위적 가격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수입 농축산물의 할당관세 확대 정도가 남아있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휘발유·경유 등에 부과하는 유류세의 30%를 한시 인하하고 있다. 법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최대폭이다. 덕분에 휘발유 구매 시 ℓ당 820원 부과되던 유류세가 573원으로 하락했다. ℓ당 247원 인하 요인이 생겼지만 배럴당 120달러를 웃도는 국제유가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 효과를 체감하기가 힘들다.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실질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조치를 시행해도 ℓ당 57원 더 떨어지는 데 그친다. 국제유가 상승폭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질적 인하 효과를 거두려면 정유사가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에 허덕이는 미국은 정유사를 압박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엑손(미국 최대 정유업체)이 신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처럼 민간 정유사를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정제 마진을 많이 취한다고 해서 정부가 이윤 취득을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정유사가 최대한 가격 인하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