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오픈 골프대회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직업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출전만 해도 영광’이라는 인식 덕에 매년 9000여명의 선수가 US오픈 예선에 나선다.
바늘구멍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은 본선 무대에서 세계의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매년 드라마가 연출됐다. 무명의 선수가 깜짝 우승을 차지하거나 부상에 시달리던 선수가 기적처럼 우승하기도 했다.
US오픈은 ‘올해의 최고 골퍼’를 뽑는 대회라는 인식이 컸지만, 이번엔 다소 다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가 양분하는 세계 남자 골프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의 등장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리브 시리즈는 천문학적 자금을 바탕으로 PGA 유명스타를 다수 영입하면서 PGA 투어와 불편한 관계를 연출했다. 미국의 더스틴 존슨, 필 미켈슨,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와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이 리브 시리즈에 합류했다. PGA투어 측은 리브 시리즈에 출전한 17명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잡음은 계속됐다. 일부 선수는 PGA투어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미국 내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 가운데 있는 리브 소속 선수와 PGA투어 소속 선수가 한자리에서 만난다. US오픈을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중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USGA는 리브 소속 선수도 US오픈에 출전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팬들의 관심은 US오픈에서 ‘리브파’와 ‘PGA파’ 중 누가 승리할지에 쏠린다. PGA투어에선 지난해 우승자 욘 람(스페인),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총출동한다. 리브 측도 존슨, 미켈슨, 디섐보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켈슨은 13일(현지시간) US오픈 기자회견에서 “30년간 투어와 골프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다. 코스 위 성과들을 통해 평생 회원 자격을 얻었다. 회원권을 유지하면서 경기 출전 여부는 내가 결정할 것”이라며 PGA투어에서도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여기는 많은 역사가 살아 있는 US오픈의 코스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는데도 리브 골프 이야기만 계속되는 것은 불행하고 슬픈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