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업으로 제한돼 있는 은행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비금융 자회사 인수를 원활케 해 ‘새 먹거리’를 찾게 해주겠다는 복안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규제를 풀어 방탄소년단(BTS)처럼 세계적인 금융사가 탄생해야 한다”며 ‘금산 분리 완화’를 시사했는데, 은행 사업 범위 확대로 첫발을 떼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의 자회사 인수를 원활케 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금융위는 2019년 유사한 목적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금융사가 인수할 수 있는 자회사 범위를 확대한 바 있는데 이를 구체적인 형태로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은행이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면서 “다만 가이드라인 특성상 일부 법적 위험이 남아 있다. 이를 법제화해 금융사의 자회사 인수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비금융업이더라도 은행 자기자본의 1% 한도 이내에서 지분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자기자본이 20조~30조원 수준인 4대 시중은행은 몸값이 2000억~3000억원 안팎인 비금융 자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KB국민은행은 비금융업인 알뜰폰 사업(리브엠)을, 신한은행은 배달 음식 전문 애플리케이션 사업(땡겨요)을 이미 영위하고 있지만 이는 최대 5년 6개월짜리 ‘시한부’다. 법적 근거인 금융혁신법에 따라 두 시중은행이 이 기간 혁신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해당 사업을 계속 꾸려나가기 어려워진다.
암호화폐 사업과 데이터 활용도 규제 완화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수탁(보관·관리)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데이터 활용 규제가 풀리면 시중은행이 계열 보험·카드사 등에 고객 정보를 넘겨 맞춤형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산 분리 규제의 전통적인 개념은 일반 기업이 은행 지분을 보유해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지만 금융 산업이 커진 최근에는 은행이 비금융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처럼 작용했다”면서 “규제가 풀리면 은행이 비금융업에 나설 수 있게 돼 예대 마진에 의존하는 후진적인 사업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