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누리호의 재도전

입력 2022-06-15 04:10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고도의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 초기 국가 주도에 민간 분야 참여도 어우러져야 한다. 이 과정은 지난하다. 우주선진국들도 초창기엔 쓴맛을 많이 봤다. 발사체를 독자 개발한 뒤에도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실제 첫 번째 위성 발사 성공률은 27%에 불과했다. 초강대국 미국도 1957년 첫 시도에서 로켓 뱅가드가 발사 2초 만에 폭발하는 망신을 당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순수 국산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쏘아 올렸으나 아쉽게도 9부 능선을 넘지 못했다. 목표 고도 700㎞에 도달해 성공하는 듯했으나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 원인 분석 결과, 3단 엔진이 산화제 누출로 46초 일찍 꺼지는 바람에 속도가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완의 성공’이었다. 그 후 누리호 2차 발사를 위해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D데이만을 기다렸다.

D데이는 2022년 6월 15일. 그런데 막판 변수가 나타났다. 날씨였다. 발사체를 정상적으로 쏘아 올리려면 온도, 습도, 압력, 지상풍, 고층풍, 낙뢰 등 기상 환경이 들어맞아야 한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에 13일 비가 온 데 이어 발사체를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이송할 예정이었던 14일에도 비와 함께 강풍이 분 게 문제였다. 노면의 물기로 이송 차량이 커브길이나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면 발사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데다 누리호를 고정하는 과정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송일과 발사일을 15일과 16일로 하루씩 미루게 된 이유다. 다행히 현지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1차 때 위성모사체만 탑재했던 누리호에는 이번엔 1.3t의 모사체는 물론 실제 임무를 수행할 성능검증위성과 4대의 큐브위성도 함께 실린다. 16일 발사에서 안착까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무게 1t 이상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7번째 우주강국이 된다. 우주 독립의 꿈을 이뤄내는 역사적인 날이 되길 기대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