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공원을 얹은 주차장

입력 2022-06-15 04:07

“ㅠㅠ 어제 세차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최근 세차했던 친구들의 탄식이 SNS에 쏟아진다. 공감과 위로보다 엉뚱한 생각이 든다. ‘비를 맞는 주차장이 있다니, 햇볕도 좋겠군. 그렇다면 그 땅에 나무를 심어야!’ 공원주의자 입장에서 햇볕을 쬐는 주차장처럼 세상 아까운 공간이 없다. 햇볕은 자연과 사람이 쐬고, 자동차는 지하로 넣어야 한다. 자연을 위해, 사람을 위해, 차를 위해서도 좋다. 도시의 열기를 식히고, 기후위기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줄인다. 서울시의 경우 공영주차장이 3.3㎢(노외주차장 2㎢, 노상주차장 약 1.3㎢)니 딱 100만평이다. 덮개를 씌우든 지하를 파든 이 땅 최상층부를 공원으로 가꾼다면 서울 면적의 0.5%가 추가로 공원이 되는 셈인데, 무려 서울시가 4~5년간 새로 공원을 만드는 규모와 맞먹는다.

땅이 부족한 도시에서 공영주차장은 다양한 활용을 요구받는다.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지상부에 청년주택이나 행정타운, 복지시설 등을 얹는 복합화다. 이 경우도 햇볕을 받는 모든 상부 공간을 녹화하면 마찬가지 효과를 거둔다. 공영주차장 말고도 지상주차장은 부지기수다. 공공기관 청사나 민간 빌딩의 주차장도 상당하다. 승용차뿐인가? 도시 외곽을 따라 택시충전소나 버스차고지도 많고, 전철과 지하철 차량기지는 사뭇 거대하다.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없다면 위를 덮든 지하로 파든 그 기능은 지키되 상부는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어 뭇 생명과 사람이 활용하면 좋겠다.

아예 법으로 정하면 어떨까? 가칭 ‘지상주차장 금지법’이다. 새로 짓는 건물은 지상주차장을 금하고, 기존의 모든 지상주차장은 일정 기간 내에 공원으로 바꾸자. 주차장을 지하에 건설하는 비용이나 지상에 녹지를 조성하는 비용은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면 된다. 지금 우리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혁신은 과감함이 필수다. 주차장 위에 공원을 얹어 생명과 희망이 싹트는 도시의 내일을 상상하자.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