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회 시행령 수정요구권 추진에… 與 “정부완박” 강력 반발

입력 2022-06-14 04:09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첫 주례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시범개방한 용산공원에 대해 “아이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앞으로 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을 추진 중인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여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을 개정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어서 ‘국회 패싱 방지법’으로 불린다. 여당은 야당이 국정운영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야당은 여권이 ‘발목잡기 프레임’을 걸기 위해 일부러 쟁점화한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그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를 따르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해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면서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주장만큼이나 반헌법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 움직임을 두고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이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정부·여당으로서는 민주당이 시행령 개정에 대한 통제권까지 갖는다면 국정 수행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숨을 고르며 여론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공식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발의되면 검토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아직 발의도 안 된 법안에 대해 여당 원내대표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것을 보면 정치적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며 “발목 잡기 프레임을 걸기 위해 자신들이 먼저 쟁점화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윤석열정부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때처럼 강행 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조 의원이 내놓은 법에 대해 여권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강성 지지층의 압박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지도부가 검찰개혁법을 강행 처리한 것처럼 이번 국회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차기 당권 주자들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원 구성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법안 처리를 양보하는 대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예결위 간사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예산안 편성지침 단계부터 보고를 받아 사실상 예산안 편성에 공동으로 참여토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예산편성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여야가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

구승은 안규영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