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세대교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지도부에 70년대생 정치인을 전면 배치해 당을 밑바닥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쓴소리’ 담당인 조응천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광재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한 것에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수장인 이재명 의원과 친문재인계를 대표하는 홍영표·전해철 의원 모두 이번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지 말라는 얘기다.
조 의원은 “세 분은 문재인정부 5년과 대선,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이 있다”며 “(당이) 세대교체와 이미지 쇄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대안으로 꼽히는 세력은 재선 의원 중심의 ‘97(90년대 학번·70년대생)그룹’이다. 3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민주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그 주역이 70년대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의 맏형이자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인영 의원도 세대교체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 이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결국 지도부를 누구로 뽑았느냐로 규정될 것”이라며 “당연히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누구는 물러나라, 누구는 입 닫으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가 무슨 가치를 주장하는지 말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나이만 내세울 게 아니라 비전과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초선 의원은 “현재 친명계와 친문계 주자 위주로 짜인 전당대회 지형도가 곧 97그룹을 주축으로 확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쇄신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주류인 친명계와 구주류인 친문계 모두 유력 주자들이 당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가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점과 양대 계파가 당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조직력을 양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계파의 당권 주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세대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재명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홍영표 의원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97그룹 간 당권 경쟁의 장이 마련된다고 해도 계파 간 대리전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97그룹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각 계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간판만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4선 안규백 의원을, 당 선거관리위원장에 3선 도종환 의원을 위촉했다. 안 의원은 정세균계, 도 의원은 친문계로 분류되지만 비교적 계파 색깔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