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치며 13일 대형주들의 신저가가 속출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2거래일 연속 바닥을 뚫으며 ‘5만 전자’ 공포를 키웠다. 대형 기술주들도 5% 이상 급락,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은 온통 파란불로 도배됐다. 상장 종목 932개 중 881개(94.5%)가 하락했고 이 중 147개 종목은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시총 상위 100개 중 등락률이 마이너스가 아닌 종목은 한국항공우주 단 하나뿐이었다.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민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700원(2.66%) 하락한 6만2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10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달 들어서만 7.86% 떨어졌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20.99%나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1750억원과 310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 투자자가 2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증시 불안과 반도체 업황 성장 둔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종목토론방 등에선 ‘5만전자’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만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4500원(4.35%) 하락한 9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네이버·카카오·카카오페이 등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네이버는 하루 만에 1만6000원(5.93%)이 빠지며 25만40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개미들의 보유 비중이 높은 카카오도 장중 4.99% 내린 7만61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가 8만원 밑으로 내려온 건 지난해 액면분할 이후 처음이다. 공모가인 9만원 이하로 떨어져 화제가 됐던 카카오페이는 이날 주가가 무려 10.69% 내린 7만6000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1월 3일 상장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그밖에도 LG전자(-5.37%), 하이브(-10.96%) 등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현대차(-5.15%)와 기아(-3.88%)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던 암호화폐 시장에도 연중 최저 기록이 쏟아졌다.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은 이날 8.9% 급락한 2만4903.49달러까지 빠져 2020년 12월 이후 최저가를 나타냈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한때 12% 떨어지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갈수록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섣부른 저가매수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리스크가 진정돼야 시장이 안정 또는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물가 진정 시기를 예상할 수 없어 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저점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고 현재보다 더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