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안 재밌을 수도 있지. 오늘처럼 심각해질 수도 있지.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예요. 이런 게 정상이에요.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예요. 좋았다 나빴다 그런 게.”
정준(김우빈)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언니 영희(정은혜) 때문에 자신과 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멀어지려는 영옥(한지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아픔이 있고, 살면서 어려움을 겪으며, 삶은 때로 재미없고 심각해지지만 그런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인생사를 통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12일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마지막 회 시청률은 14.6%(비지상파 유료가구)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마지막 회에선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 모자의 이별 이야기가 그려졌다. 평생 엄마에 대한 원망을 품고 산 동석에게 옥동은 자신이 죽으면 장례도 치르지 말라는 말로 사과를 대신했다. 한라산에 함께 다녀온 뒤 옥동을 집에 데려다준 동석은 “내일 아침에 올 테니 된장찌개를 끓여달라” 했고 이튿날 아침 옥동은 아들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여둔 뒤 숨을 거뒀다. 동석은 옥동을 안고 “평생 미워한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며 오열했다.
옥동은 세상을 떠났지만, 일상은 이어졌다. 푸릉마을 주민들은 운동회를 하며 활짝 웃었다. 아픈 사연을 끌어안기도, 털어내기도 하며 모두가 삶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로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9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고향을 찾은 기러기 아빠 한수(차승원)와 억척스럽게 살아온 생선장수 은희(이정은), 고등학생 딸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 아빠 호식(최영준), 우울증으로 이혼하고 아들 양육권을 남편에게 뺏긴 선아(신민아) 등 다채로운 인생사가 담겼다.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쓴 노희경 작가와 톱스타 군단의 만남으로 드라마는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은 몇 달간 제주도에서 지내며 사투리를 익히고, 캐릭터 연구를 통해 드라마 속 인물에 숨을 불어넣었다. 드라마가 전한 메시지는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극 중 인물들은 이웃, 친구, 가족, 연인 등 여러 형태의 관계 속에 서로 의지하며 삶의 난제들을 풀어나갔다.
“태풍처럼 모든 게 지나갈 거야”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 등 명대사도 시청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배우 겸 작가 정은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각박한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힘과 용기, 위로를 충분히 잘 전달한 작품”이라며 “노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인간애, 연대 등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명대사들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동을 줬다”며 “특히 김혜자와 이병헌의 모자 연기가 압권이었다”고 평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