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공공요금 동결’을 외치던 정부가 ‘정부에 의한 가격통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6%대 물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주택·민간용 가스요금 원료비 정산단가가 MJ(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으로 0.67원 인상된다. 지난달 정산단가가 0원에서 1.23원으로 오른 뒤 두 달 만에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이다. 오는 10월에도 0.40원의 정산단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주택용 가스는 3% 인상된다.
가스공사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가 급격하게 상승한만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미수금(손실분) 1조8000억원을 상쇄하려면 정산단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기준원료비’의 점진적 인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가스 요금은 LNG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전기요금 인상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h당 3원 인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한전은 이 중 매 분기마다 조정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최대폭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1분기에만 7조7869원의 영업 손실을 낸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면 재정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요금을 억누른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전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던 시대도 지났고 그것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동시에 인상되면 하반기 물가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6% 상승했다. 전기요금(11.0%) 도시가스(11.0%)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 상황에서 공공요금이 더 오르면 하반기 월별 물가 상승률이 6%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 인상으로 인한 공공요금 상승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