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국내 주요업종의 생산·출하·수출이 차질을 빚은 규모는 1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재고 적재공간 부족으로 13일 오전부터 선재·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선재제품 하루 약 7500t, 냉연제품 하루 약 4500t 등 1만2000t가량 생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7일 화물연대 파업 개시 이후 포항제철소는 현재까지 11만t 정도, 전남 광양제철소는 약 9만t을 제품 창고와 주차장, 도로 등에 쌓아두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고로(용광로) 가동도 중단될 수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하루 9000t,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역시 하루 1만8000t 정도의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동국제강 포항제강소도 하루 5500t의 물량이 쌓였다.
시멘트도 평시 대비 90% 이상 출하가 감소하면서 81만t(752억원 상당)이 건설현장에 공급되지 못했다. 시멘트업체 대부분은 이번 주중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레미콘업체들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어 전국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사태도 우려된다.
석유화학도 전남 여수산단, 충남 서산 대산공단의 제품 반출이 제한되면서 5000억원 상당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저장탱크가 모두 찰 경우 공장 가동 중지를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산공단의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종은 공장을 끄고 켜는데만 해도 며칠이 소요된다”며 “가동을 중지할 경우 경제적인 손해도 있지만, 중지 및 재가동 시 환경오염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등 전국 주요 항만의 장치율도 지난 8일 이후 상승하고 있다. 부산항 장치율은 78.1%로 지난 5월 평균인 70%보다 8.1%포인트 올랐다. 경기 평택·당진항 장치율은 지난 10일 65.5%, 11일 67.1%, 12일 69.6%로 꾸준히 상승했다. 평시 58∼60% 수준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의 제주삼다수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이후 항만에서 내륙을 연결하는 화물차량 배차가 어려워지면서 제주 삼다수의 일 평균 공급량은 평소 대비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12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 물류 차질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큰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 6일간 제품의 출하 차질로 저장 공간 한계에 이른 업체가 발생한 만큼 이번 주부터는 생산 차질 피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항·서산·제주·세종=안창한 전희진 문정임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