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예정된 국제결혼을 미뤘던 이들이 하늘길이 열리면서 2년여 만에 식을 올릴 수 있게 됐지만 ‘한국어능력시험’이란 또다른 변수에 속을 끓이고 있다. 결혼이 늦춰진 사이 외국인 예비 배우자가 기존에 취득한 한국어 자격 유효기간(2년)이 만료돼 다시 한국어학당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어능력시험 1급 이상 취득은 결혼이민(F6) 비자를 받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경기도에 사는 정모(46)씨는 2019년 10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을 소개 받았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모바일 메신저와 화상전화로 만남을 이어갔고 이듬해 2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두 나라 모두 출입국이 힘들어져 결혼식도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후로도 온라인으로 관계를 지속했다. 정씨는 2년 만인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후 베트남으로 날아가 결혼식 일정을 다시 논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빨라도 올 9월 이후에나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다. 결혼할 여성이 결혼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어학당을 3개월 이상 다닌 후 한국어능력시험에 다시 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2년 전 땄던 자격증은 지난 2월로 유효기간이 끝나 버렸다. 시험만 다시 칠 수도 없어 40만원을 들여 어학당에 등록한 후 석달 이상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 사이 늦둥이 아들의 결혼을 학수고대하던 90세 노모는 최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정씨는 13일 “3년을 기다렸는데, 최소 몇 개월을 다시 또 기다려야 한다”며 “어머니께는 끝내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이모(48)씨의 베트남 국적 약혼자도 최근 다시 현지 어학당에 다니는 중이다. 이씨는 2020년 1월 약혼자를 소개 받아 같은 해 5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했으나 코로나19로 길이 막혀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결혼 예정인 올 12월이 되기 전 여성의 한국어 능력 자격이 만료돼 어학 교육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다. 이씨는 “국제결혼 규정을 까다롭게 두는 것은 이해하지만,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 기존에 취득한 자격 기한은 연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화상통화로 매일 한국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데도 불필요하게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국제결혼 업체 관계자는 “한국어능력시험은 결혼비자 조건 중 가장 오래 걸리고 까다로운 절차인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유효기간이 만료돼 난감해 하는 예비 국제부부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사관에도 민원을 넣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은 자격 만료 기간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식으로 코로나가 떼어놨던 국제부부들의 재회가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