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보료 부담 형평성 제고를 위해

입력 2022-06-14 04:02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와 더불어 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검사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건강보험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건강보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초음파, MRI 등 치료와 관련돼 있는 항목들이 보험급여 범위 내로 들어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0년간 국민의 헌신으로 확보된 약 20조원의 적립금(2019년 말 기준)이 코로나 위기 대처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유용하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을 둘러싼 환경은 간단치 않다. 고령화는 급격히 진행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동시에 경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고도성장을 할 수 없다. 당연히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모든 국민이 부담 능력 비례 형태로 납부하는 보험료가 공정한 원칙하에 적용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코로나 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 시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적용한 바 있다. 논란이 뒤따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논의 끝에 국회 합의를 바탕으로 2018년 1단계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이뤄졌다. 개편의 기본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하에 과거 소득 외에 재산, 자동차, 성, 연령, 가족 수 등이 반영되던 부과체계가 소득 중심 부과 형태로 진일보했다. 다만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부과 비중은 낮아졌음에도 자영업자 소득 파악의 한계 때문에 여전히 부과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2022년 예정된 2단계 개편에서는 재산과 자동차 비중을 더욱 낮춰 명실공히 소득 중심 체계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우선 재산에 대해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5000만원을 일괄공제한다. 잔존가액 기준 4000만원 미만의 자동차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지역가입자 소득 점수 폐지 및 소득 정률제 도입으로 현행 등급제에서 발생하던 문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월급 외로 연간 2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추가로 보험료를 내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충분한 소득과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2단계 개편도 완결형으로 보기 어렵다. 능력에 비례해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부응하기 위해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를 정하고 현실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누구나 건강보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고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건강보험 기본 원리에 공감하지만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단계 개편 외에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 보험료 부담의 수용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제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