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땐 원료 수급·배송 올스톱… 피해 확산될까 피 마르는 산업계

입력 2022-06-13 04:09
12일 화물연대 총파업이 6일째 이어지면서 물류 차질로 인한 기업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경기도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선적하지 못한 기아의 수출용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진입할지 산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류 봉쇄시도가 잦아지면 완제품 배송부터 원재료 수급까지 흐름이 막힌다. 산업계에 전방위 피해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지난 9일 LS니꼬동과 고려아연 울산공장의 물류 봉쇄시도에 나섰다. LS니꼬동과 고려아연은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세척에 쓰이는 고순도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물류가 봉쇄될 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에도 타격이 생길 수 있었으나, 당시 경찰이 투입돼 사태가 마무리됐다.

현재 기업들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원재료·제품 배송을 하고 있는데, 파업이 장기화할 시 인력난이 겹치거나 계절성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제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여름철 수요가 겹친 가전업계에서는 제품 배송 지연이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경우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프라인 쇼핑몰과 주요 인터넷 쇼핑 사이트 등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배송 지연을 공지하고 있다. LG전자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제품이 항만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물류망이 정상 가동하고 있는 데다, 미리 재고를 확보해 현재까지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 흐름에 민감한 식품업계와 이커머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항에서 출발해야 하는 생수시장 점유율 1위 제주삼다수의 제품은 지난 8일부터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제주항 출입을 막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일 제주항 봉쇄는 풀렸으나 하루 평균 공급량이 평소의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물류센터와 점포 비축물량이 넉넉한 편이라 수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점주의 발주에 따라 제품을 공급하는 편의점 업계는 발주 제한으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24는 지난 5일부터 진로이즈백, 참이슬후레시, 참이슬오리지널 360㎖ 병 상품을 대상으로 발주 수량을 각각 3박스로 제한했다. 세븐일레븐도 진로와 참이슬 제품 발주 수량을 1박스로 줄였다.

이커머스업계는 항만 컨테이너를 통해 수입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택배 지연으로 연결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외식 자영업자 등은 소주·맥주 발주 제한으로 매출이 줄어들까봐 걱정하고 있다. 수입식품을 유통하는 김모(45)씨는 “수입 제품이 컨테이너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차를 끌고 찾으러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으니 가슴만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문수정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