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시대상 못 따라가는 압수수색… 대상·참여권 두고 논쟁

입력 2022-06-13 04:08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 압수수색에 대해 제기한 준항고 사건에는 종이에서 디지털로의 기록 변화, 증거능력 공방 비중이 커진 수사·재판 경향이 담겨 있다. 영장 제시 방식부터 누구에게까지 참여권을 보장할 것인지 문제 등은 지난 몇 년간 여러 사건에서 쟁점이 됐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란 수사 목적과 인권을 보호하는 법 집행 사이에서 시대상을 반영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범죄 증거로서 디지털 정보의 중요성과 비중이 커지는 추세지만 명확한 규정 미비 탓에 실무상 다툼은 늘었다고 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2일 “증거능력 공방이 형사재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복잡한 자료 보관 양식 때문에 영장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가 자주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공방이 기소 이전 제기된 준항고 사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채널A 사건, 고발사주 의혹 사건, 이성윤 검사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 등이 그런 예다.

이들 사건에서 쟁점이 된 압수 대상은 종이 서류가 아닌 PC, 휴대폰, 이메일, 메신저 내역 등 디지털 자료였다. 수사인력이 압수 대상 물건이 아닌 다른 PC에 키워드를 넣어 본 경우, 피의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영장을 제시한 경우 등은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상태다. 압수물을 특정하는 문구가 얼마나 엄격하게 적히고 해석돼야 하는지 같은 전에 없던 논쟁도 생겼다. 일례로 영장에 기재된 문구가 ‘삭제편지함’ ‘임시보관함’ ‘스팸편지함’일 때 실제 명칭인 ‘지운편지함’ ‘임시저장함’ ‘수신거부함’ 속 디지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지 공방도 진행되는 중이다.

압수 이후 참여권 범위도 논란이다. 분량 자체가 방대한 디지털 정보 특성상 피의자뿐 아니라 ‘정보주체’ 각각의 참여가 강화돼야 한다는 견해가 목소리를 키운다. 정보주체들은 압수수색 이후 상당 기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열람돼도 모를 수 있다는 우려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영장을 집행하는 이가 각 정보주체에게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남는다. 수사기관이 통신 기지국, PC 1대 속의 방대한 정보주체를 일일이 특정하고 통보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소유자가 아닌 정보주체’까지 참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배척했다. 지난 1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유죄 확정 판결 당시 대학 소유물인 동양대 PC에 대해 정 교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 관련자의 인권 보호와 신속한 진실 발견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찾는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디지털 정보 보관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 디지털 정보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되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