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한 ‘수박 충돌’까지… 밑바닥 드러낸 민주당 분쟁

입력 2022-06-13 00:03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왼쪽) 의원과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집안싸움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로 갈라진 의원들이 ‘수박’ ‘정치 훌리건(폭력을 행사하는 광적인 팬)’ 등 원색적인 단어를 쓰며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박’ 논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박은 민주당 지지층이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들을 지칭할 때의 은어다.

범친문계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11일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를 언급하면서 “처럼회는 왜 해산을 안 하느냐”면서 “계파 청산은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친명계이자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은 12일 페이스북 글에서 “어떻게 처럼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너무 생뚱맞다”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 이러면 잘못된 계파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이 의원도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의견이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문자메시지 등 공격은 이재명 의원의 팬덤 중 일부 정치 훌리건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그중 하나로 자리 잡은 모임이 처럼회여서 해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논쟁은 10일 밤 이 의원이 “수박 정말 맛있네요”라며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11일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도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이 나를 수박이라 하니, 필요하면 한여름에 시원한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지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의 윤영찬 의원은 친명계에 속하는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과 충돌했다. 윤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최근 ‘왜 울면서 언론개혁 반대했느냐’는 문자와 댓글을 받았다. 대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며 이수진 의원을 지목했다.

앞서 이수진 의원이 지난 5일 한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래요. 모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이, 울면서”라고 말했던 대목을 거론한 것이다.

윤 의원은 “(민주당) 의원 단톡방에 ‘왜 그런 거짓된 말을 했는지’ (이수진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물었지만 아직 답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너무 황당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탈감까지 들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끼리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결국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문과 친명 간 헤게모니 싸움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가열되는 계파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