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 가격 담합과의 전쟁’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다 돼 간다. 하지만 대표적인 닭고기 가공식품인 치킨 가격은 되레 더 오르고 있다. 담합을 막겠다는 법 집행 취지는 달성했지만 고공행진 중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안 된 셈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등 닭고기 판매업체에 대한 제재가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치킨 가격 상승세는 지난해 12월부터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년 같은 달 대비 5% 이하로 소폭 상승하다가 12월에는 6.0% 오르면서 5%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승률이 더욱 가파르다. 지난달에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0.9% 상승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승세만 놓고 보면 외식 물가 중 치킨 가격 오름세가 가장 가파르다. 배달비까지 고려하면 2만원 아래로는 치킨을 구매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도 치킨 가격 고공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조차 치킨 가격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하림 등 육계 신선육을 제조·판매하는 16개 업체가 12년간 45차례 담합 행위를 했다”면서 175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마니커 등 5개 업체는 검찰 고발 조치도 함께했다. 강력한 제재 조치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지난 4월에는 하림 등 닭고기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협회원인 한국육계협회의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 12억100만원을 부과했다. 이런 강력한 제재가 이뤄졌는데도 치킨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밀가루 등 원자재 구매 단가가 오른 탓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치킨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밀가루를 쓰지 않는 닭고기 가공 식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삼계탕 가격은 각각 4.6%, 4.8% 올랐다. 이런 이유로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육계협회 담합 제재 보도자료를 통해 “심각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법 위반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닭고기 가공 식품 가격이 오른 데 따른 소비자 피해는 여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육계의 경우 가격은 마리 당 4000원에도 못 미친다. (치킨)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