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첫 1000만 돌파… 극장 위기론 깬 ‘마동석의 힘’

입력 2022-06-13 04:04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주인공인 형사 마석도가 범죄자를 둘러메고 업어치기를 하고 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마동석의 액션물 ‘범죄도시2’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와 극장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공존도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는 ‘범죄도시2’의 누적 관객 수가 지난 11일 오후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후 25일 만이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20번째, 해외 영화를 포함하면 28번째 1000만 영화다. 코로나19 이전 마지막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2019년 5월 개봉한 ‘기생충’(1031만명)이었다.

‘범죄도시2’의 1000만명 달성은 관객이 언제든 극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팬데믹 동안 관객이 급감하고 OTT가 급성장하면서 ‘1000만 영화 시대는 갔다’는 위기론이 대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2일 “극장용 영화가 충분한 요건을 갖춘다면 팬데믹 이전처럼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코로나19 동안 OTT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OTT보다 극장에서 소비하는 게 더 즐거운 콘텐츠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우와 제작진은 이날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전했다. 제작사와 제작진 일동은 “업계에서 1000만이라는 숫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할 정도로 달성하기 힘든 성과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게 돼 믿기지 않는 심정”이라며 “우리 영화가 지난 3년간 힘들었던 영화계의 숨통을 터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마동석은 “한국영화를 구원해준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고, 손석구는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해외 흥행 기대감도 높다. 이날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컴스코어에 따르면 ‘범죄도시2’는 5개국에서 1072만 달러(약 137억원) 수익을 거둬 전 세계 흥행순위 5위에 올랐다. ‘범죄도시2’는 현재 미국 캐나다 대만 몽골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8개국에서 개봉했다. 16일 태국, 22일 필리핀에서 개봉하고 다음 달 21일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다.

12일 서울시내 한 영화관의 무인발권기 앞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는 시민들의 모습. 최현규 기자

이 영화가 팬데믹 끝자락에서 단기간에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럿이다. 우선 콘텐츠 자체가 지닌 힘이 컸다. 전작에서 대중에게 사랑받은 포인트를 살리면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권선징악에만 집중한 깔끔한 스토리라인도 돋보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는 “질척이는 가족사를 끼얹거나 로맨스를 사족으로 첨가하지 않고 범인 검거만을 향해 직진하는 ‘선택과 집중’의 힘이 좋다”고 평가했다.

배우들의 매력도 흥행가도에 힘을 실었다. 영화의 간판스타 마동석의 인기에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 손석구가 가세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000만 관객을 달성하려면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번에 손석구의 활약이 흥행의 기폭제가 됐다”며 “TV와 극장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기적으로도 좋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적 분위기 속에 관객들이 극장을 다시 찾았고 코로나19로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는 듯한 ‘마동석표’ 액션에 환호했다. 영화의 주 소비층인 20, 30대뿐만 아니라 40, 50대 장년층의 관람 비중도 높았다.

극장가는 고무된 분위기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다른 좋은 영화도 개봉할 용기를 낼 것 같다”며 “영화관은 아직 살아있다는 강한 시그널을 받았다”고 전했다. CGV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에서 회복되는 단계인데 예상보다 빨리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고 놀라워했다.

영화관의 활기는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2일 ‘탑건: 매버릭’이 36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다. 7월에는 2014년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의 후속작인 ‘한산: 용의 출현’이, 8월에는 배우 송강호 주연의 ‘비상선언’이 스크린에 걸린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