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1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에, 리선권 외무상을 통일전선부장에 임명했다. 대미·대남 라인에 강경파를 전진 배치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사실상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대적투쟁’을 선언하며 강공을 예고했다.
북한의 첫 여성 외무상이 된 최선희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대미 협상 전문가다. 하지만 북·미 대립 상황에선 전면에 나서 대미 비난전을 펼치는 인물이다. 지난해 3월 담화에선 “(미국에)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그는 앞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상대로 강대강 외교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한·미 외교장관도 대응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12일 미국 방문길에 나선 박 장관은 “(13일) 블링컨 장관을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방미 기간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거기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통전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리선권도 대남 강경파로 꼽힌다. 그는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해 엄청난 비난을 샀다. 리선권의 남측 카운터파트로는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이 거론된다. 남측에선 통전부장의 상대를 통일부 장관으로 보지만, 북측에선 통전부장을 그보다 더 높은 급으로 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이번 인사에서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간 조평통 폐지를 운운했던 만큼 공석일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공석이든 비공개이든 조평통 위원장을 비워둔 건 남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또 임명한 지 1년도 안 된 유진 군수공업부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2014년부터 군수산업 전반을 이끈 베테랑 조춘룡을 앉혔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실패를 문책하는 동시에 무기 개발·생산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자위권을 내세우며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강조했다. 회의에선 ‘대적투쟁’이란 표현도 나왔다. 대상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한·미를 직접 언급하지도, 핵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한편 북한은 이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겨냥해 강경기조를 천명한 지 하루 만에 방사포를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7분쯤부터 11시3분쯤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수개의 항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서해안 지역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5발가량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