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할 곳 없나요”… 예비 요양보호사 발동동

입력 2022-06-13 04:07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필요한 현장실습 과정이 지난 4월부터 일부 재개됐지만 정작 요양시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실습 진행을 꺼리고 있다. 예비 요양보호사들로서는 자격증 취득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반면 요양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상황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최근 커리큘럼을 개편해 교육생들의 현장실습 수업 일정을 최대 석 달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교육생을 받아줄 실습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이론 수업이 끝난 직후 혹은 최대 2주 안에 현장실습으로 넘어가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 교육원은 코로나 이전에는 요양원 5곳, 재가요양센터 8~9곳의 실습처를 확보했지만 지금은 요양원 한 곳에만 겨우 소수의 실습생을 보내고 있다. 교육원 관계자는 12일 “당장 며칠 뒤부터 교육생들이 실습을 나가야 되는데 받아주겠다는 곳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요양시설 측은 외부인의 실습 방문을 아직 꺼리고 있다. 자칫 고령층 집단감염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요양센터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오면 시설은 유닛 격리(코호트 격리)를 해야 한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이곳은 여전히 긴장 상태라 외부 인력까지 관리하기에는 겁이 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부터 이론 수업 시간만 채워도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선시험 후실습’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이 미뤄지면 자격증 발급 및 요양보호사 취업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알음알음 전화를 돌려 겨우 실습처를 구해도 취소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지난 8일 한 요양시설로부터 ‘실습 취소’ 연락을 받았다. “어르신들이 불편해한다”며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교육원 관계자는 “현재는 꾸준히 관계를 맺어 온 곳이 아니면 실습 부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교육원은 경기도에 있는 요양시설에까지 전화를 돌려 겨우 계약을 맺었지만 실습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 소재 교육원이 경기도권의 시설과 교육 계약을 맺을 수 없다며 서울시가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자격증 대기 인원은 쌓이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스매칭 상황’이 빚어진다.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고국으로 돌아간 중국 국적 요양보호사가 늘었다”며 “직업소개소를 통해 요청하기도 하지만 자격 있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아 예전에 근무했던 요양보호사를 수소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실습처를 구해도 내실 있는 대면 실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르신 산책 또는 병원 동행 수준이거나 재택 요양의 경우 어르신 외출 시 집안 청소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교육원 관계자는 “현장실습을 마쳤다고 해도 청소만 하다 오는 경우가 많아 (지금의 실습으로는) 어르신 케어를 맡기기 어렵다”고 전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