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불모지였던 강원도 원주시가 체류형 관광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원주를 관광도시로 변신시킨 주인공인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더해 산악 에스컬레이터와 케이블카, 하늘정원 등 신규 관광 시설물 설치사업이 한창이다.
원주시 지정면 간현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예찬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섬강과 삼사천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간현은 1984년 관광지로 지정된 후 대학생들의 MT 명소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를 전후해 관광객이 줄기 시작하더니 시설 노후와 관광 콘텐츠 부족, 여가 문화 변화 등으로 침체 늪에 빠졌다.
시는 간현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수백억을 쏟아부었으나 관광객은 1990년대 초 연간 30만명에서 2000년 들어서는 7만∼8만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다가 2018년 1월 38억원을 들여 조성한 200m 길이의 출렁다리가 간현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출렁다리는 개장 4개월 만에 100만명이 다녀갔다. 다리 개통 이후 간현관광지를 다녀간 관광객은 330만명이 넘는다.
출렁다리는 소금산 등산로 구간 가운데 지상 100m 높이에 있는 암벽 봉우리 2개를 연결해 만들었다. 길이 200m, 폭 1.5m로 다리를 건너는 관광객들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리 바닥은 구멍이 뚫려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이 다리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우수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는 출렁다리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소금잔도에 이어 지난 1월 울렁다리를 개통하고 간현관광지의 이름을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바꿨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출렁다리에서 시작해 데크산책로, 소금잔도, 스카이타워, 울렁다리로 이어진다. 소금 잔도는 지면에서 200m 위에 있는 소금산 암벽에 363m 길이로 조성됐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며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타워는 150m 상공에서 소금산과 간현관광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울렁다리는 출렁다리보다 2배 더 긴 총 길이 404m, 폭 2m 규모의 보행 현수교다. 다리를 건널 때 느끼는 아찔함으로 마음마저 울렁거린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지상으로부터 100m 높이에 설치된 데다 다리 중간 바닥엔 투명한 유리가 놓여있어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대박’ 행진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나오라쇼가 큰 역할을 했다. 아름다운 경관조명과 미디어파사드, 음악분수를 함께 즐기는 콘텐츠다. 미디어파사드는 소금산 출렁다리 아래 폭 250m, 높이 70m의 자연암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지역의 대표 설화인 ‘은혜 갚은 꿩’ 등 영상을 상영한다. 물줄기가 60m 높이까지 올라가는 음악 분수는 국내 최대 규모다.
올해는 산악 에스컬레이터와 케이블카, 하늘정원 등의 관광 시설이 추가된다. 산악 에스컬레이터는 관광객들이 울렁다리를 건넌 후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한 편의시설로 이달 준공 예정이다. 10인승 케빈 22대를 운영하는 케이블카는 초속 5m 속도로 탑승장에서 출렁다리까지 972m 구간을 5분 만에 갈 수 있는 관광시설이다. 올해 12월 준공이 목표다.
이와 함께 시는 반곡~금대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1월 폐선된 중앙선 반곡역∼금대역 구간 폐철로에 900억원을 들여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이 일대를 관광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1950m 길이의 금대리 똬리굴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반영한 터널 미술관, LED 수족관, 갤러리 카페 등을 조성한다. 여기에 금대리 일원 7만㎡는 IT 기술을 활용한 VR 체험, 미디어아트, 숲속 탐방길 등이 들어선다.
조종용 원주시장 권한대행 인터뷰
“원주 찾는 관광객에 더 재미 줄 수 있는 프로그램 확충”
“원주 찾는 관광객에 더 재미 줄 수 있는 프로그램 확충”
조종용(사진) 원주시장 권한대행은 13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자연자원에 모험과 즐길 거리를 접목한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다양한 신규 관광시설을 접목해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권한대행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원주를 찾은 관광객이 33만명을 훌쩍 넘어섰는데 이는 작년 누적 방문객 33만250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라며 "특히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찾은 방문객 10명 중 9명이 타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집계될 만큼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관내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지역 대표 관광지인 원주 8경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원주 8경은 천년 고찰로 불리는 구룡사를 비롯해 강원감영(제2경), 상원사(제3경), 비로봉(제4경), 영원산성(제6경), 용소막성당(제7경), 미륵불상(제8경) 등이다.
조 권한대행은 "주요 관광지인 간현관광지, 치악산 둘레길, 뮤지엄 산 등 3곳이 최근 2022년 지자체 추천 안심 관광지로 선정돼 관광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주를 찾은 관광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시설을 보강하고, 관광객에게 더 재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