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더더욱 그렇다. 유명하면서 정체성과 본질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해주는 굵직한 상을 수차례 받아 얼마든지 자랑하고 과시할 수 있는데도 사진작가로서의 본질을 순수하게 지켜가는 진짜 유명한 사람 김석은(60·원일교회 안수집사) 작가. 그와의 만남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처럼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석은 작가는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한성대 사학과(서양미술사) 전공 후 홍익대학교 산업대학원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한때는 잘 나가던 만화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대표로 승승 장구하다 경영이 어려워 정리하고, 2008년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시작으로 2012년 수림문화재단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해외 공모전에만 출품하여 체코 금상, 인도, 미국, 러시아,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하며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국내보다도 외국에서 더 주목하는 작가이다. 세계 3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스 PX3(Prix de la Photographie, Paris 2020)에서 1등과 프로 작가 경쟁에서 스페셜 분야 올해의 작가(Special Photographer of the year) 수상, NATURE 분야에서도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대회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진 상 중 하나로 98개국 5천7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대회였다. 또한 러시아(Moscow International Foto Awards 2020)에서 Professional 경쟁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일본 도쿄 올해의 사진작가 선정, 2018년 세계적인 사진 공모전 미국 IPA(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 프로작가 경쟁부문에서 2등을 했다.
김 작가는 사진작가 세계에서는 아웃사이더로 평한다. 애니메이션 사업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고 교회에서 봉사하던 일 빼고는 집에서 지내는데 아이가 중학교 들어 갈 쯤, 아내가 저녁에 불을 끄고 눈물을 보이며 “애가 아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단순히 돈을 벌고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가 보기에 어떤 아빠로 기억되어야 할까도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때 김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 온 꿈을 살려 화가의 길을 걷기로 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첫 시도한 것이 사진에다가 그림을 그려 넣는 기법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부분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출력해서 내가 넣고 싶은 그림을 다시 그려 넣는 기법이었다. 이러다보니 내가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는 사진기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김 작가에게는 아픈 가시가 있다. 둘째 딸이다. 둘째 딸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둘째 딸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 작가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아내 송미영 권사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최근 김 작가는 ‘바다 위 나무 가족 이야기’ 시리즈 전국 순회 전시회를 하고 있다. 전시 작품은 2020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2020 PX3 사진 콘테스트’에 ‘바다 나무 가족 이야기’ 시리즈를 출품하여 스페셜 분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작품이다. 김 작가는 바다에서 한 가족처럼 생존하는 맹그로브 나무에 매료돼 인도 숨바섬을 수차례 왕래했다. 풍토병으로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도 카메라에 작품을 담아냈다. 이 시리즈는 인도네시아 바다 위의 한 뿌리로 이뤄진 나무를 사람으로 의인화해 가족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나타낸 초현실적 작품이다.
김 작가는 “작품 속의 나무가 사람과 같이 스스로 포옹은 할 수는 없지만, 폭풍이 불어오더라도 뿌리로 서로를 지탱해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재발견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유난히도 숨바섬에서 찍은 ‘바다 위 나무 가족 이야기’ 시리즈에 마음이 가는 것은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심한 장염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으며 고생을 했다. 치료 중에 갑자기 영적인 두려움이 밀려와 숨을 쉬기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다. 두려움과 불안이 겹쳐 무섭고 심장이 조여 오는 고통이 찾아왔다. 이때 아내와 가족들 특히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둘째 딸이 생각나면서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이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데 순간 시커먼 구름같은 것이 앞에서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아내가 방에 들어와 손을 잡아 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 이 일을 겪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 깨닫고 숨바섬의 나무처럼 아름답게 하모니를 이루어 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 작가가 출석하고 있는 원일교회 박병우 목사는 “집사님의 작품을 보면 사진 속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명력이 있다. 집사님 사진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위로와 회복의 고백들이 넘쳐 난다. 집사님은 순수하고 욕심이 없다. 늘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몸부림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 나가 목숨 걸고 찍어온 작품을 욕심없이 섬기는 모습을 볼 때면 감동을 받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고가의 자기 카메라 장비 한대가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 작가는 “작가가 유명해지는 것이 두렵다. 작가는 계속 작품 활동을 해야 생명력이 있다. 이름이 유명해지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바빠지고 우월감에 빠져 욕심이 앞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작품 활동이 소홀해지게 된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기존재를 말해준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내 사진 작품을 보고 사람을 살리는 그림이라고 한다. 내 그림을 보면서 각자 자기가 처한 삶을 투영해서 위로받고 눈물을 흘리곤 한다. 어떤 부부는 전시하고 있는 숨바섬에서 찍은 사진작품을 말없이 묵묵히 쳐다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김 작가에게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작가이고 싶은가를 물었다.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미술가이다. 신앙적이면서도 인간과 자연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그림을 주로 그렸다. 프리드리히의 작품 속에서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그 자연 속에 나오는 인간의 뒷모습, 인간 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향연을 그림속의 사람과 동일한 위치에 서서 나 또한 대자연을 바라보고 있도록 했다. 나 역시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바라보는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는 죽으면 모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선다. 하나님 앞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사진에 투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서 하나님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김 작가는 올해 말까지 ‘나무 가족 이야기’ 초대개인전 전국 순회를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미국 순회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 작가는 늘 새로운 작품 구상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숙명이다. 전시와 더불어 작품 구상도 해야 하며 촬영도 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만연한 지난 겨울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하며 ‘사진기로 상상을 그리다’ 저술 작업을 하였고, 현지에서 작업한 ‘I like ReneMagritte &Georges Seurat’시리즈를 레이캬비크 시내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현재는 이 작품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무리 작업 중이다. 하나님 주신 숭고한 대자연과 초현실적인 풍경에 양자역학 이론을 더한 작업에서 어떤 영감으로 사진기로 그림을 그린 하나님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나올지 앞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