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최근 발간한 주간 ‘질병과 건강’에 따르면 배달·포장 음식을 하루 1회 이상 섭취한 사람의 비율은 2019년 15.4%에서 2020년 18.7%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이후의 국민 식생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또 배달 서비스 이용자 13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순위형 응답)에 의하면 배달 최다 빈도 음식은 치킨(77%)이었으며 중식(52%) 피자(40.4%) 족발·보쌈(34.6%) 분식(28.1%) 햄버거(14.2%) 순이었다.
문제는 이들 음식이 대부분 고열량인데다 나트륨 함량도 높다는 점이다. 치킨 1마리의 열량은 1700~1800㎉로 성인의 하루 권장 칼로리(2000㎉)에 육박한다. 또 자장면 한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2391㎎, 짬뽕 1446㎎, 피자(150g) 1449㎎으로 1일 섭취 권장량(2000㎎)을 훌쩍 넘거나 단일 제품 섭취만으로도 거의 채워진다.
연세의대 가정의학교실 이용제 교수는 최근 ‘코로나 시대, 배달 음식과 국민 건강’ 주제로 열린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배달 음식은 단백질의 가공 단계가 높고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 등 미세 영양소 밀도는 낮으며 몸에 안 좋은 포화·트랜스지방, 설탕, 나트륨 함량은 높은 이른바 ‘조미(調味)식품’으로 구성된다”며 “과량 섭취하면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가공육 섭취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42%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또 한 대학병원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 3년에 비해 코로나 이후(2019년 12월~2020년 5월) 비만 10%, 대사증후군 21%, 혈당 18%, 혈압은 14% 각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달 음식 섭취가 늘고 운동 부족 탓이 크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대사증후군은 혈압과 공복 혈당, 허리둘레,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 가운데 3가지 이상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 이상, 당뇨 위험은 10배까지 높이는 걸로 보고돼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음식의 영양 정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대사증후군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배달 음식에도 영양 성분을 표시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