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공공기관장의 임기

입력 2022-06-13 04:10

올해 1월 기준 대한민국에는 350개 공공기관이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36개,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준정부기관이 94개, 기타공공기관이 220개다. 공공기관의 지난해 예산은 751조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 607조원보다 144조원이 많다. 정권이 바뀌면 늘 공공기관장 인사가 논란이 된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과 감사들은 ‘국정 운영 철학’이 다르다고 느낀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에는 공공기관장 임기는 3년, 이사와 감사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문재인정부는 공공기관장 인선으로 충돌했다. 인수위 측은 “임기 말 알박기”라고 비판했고, 문재인정부 측은 “정당한 인사”라고 반박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 63%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과거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공기관장들은 스스로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퇴하지 않으면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이 가해졌다. 문재인정부 사람들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이런 압박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했는데, 자신들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관련자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바꾸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지난 10일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관장 임기를 2년6개월로 정해 대통령 임기 5년과 맞추겠다는 내용이다. 그럴듯한데 문제가 있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을 전부 물갈이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정치 바람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장은 전리품이 아니다. 임기가 남았다고 버티는 것도, 물러나라고 겁박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결국 인사는 상식에 맞춰 풀어야 한다. 정권과 친해서 임명됐다면 물러나는 게 순리다. 반대로 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사퇴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