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별의 순간을 기다리는 북한

입력 2022-06-13 04:08

북한의 핵 고도화 전력 질주는 계속될 것이지만 이를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 와중에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을 마치 윤석열정부의 강경 정책 탓으로 호도하는 주장도 들린다. 북한은 완벽한 핵보유국을 목표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진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무한한 지지도 판을 깔아 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2019년 12월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공포한 ‘정면돌파전’ 기조를 재확인했다. 김정은이 밝힌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은 작년 1월 8차 당대회에서도 소환된 정면돌파 노선의 핵심이다. 정면돌파전은 자력갱생과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미국의 제재 책동을 분쇄하는 것이 목표다. 같은 기조가 유지됨으로써 북한은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 등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점령”을 가속할 것이다.

북한 도발은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2019년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인신공격하면서 대남 적대시 정책을 본격화했다.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올해 3월 24일 그간 유지해 왔던 ICBM과 핵실험 유예를 내던졌다. 올 들어 18차례 미사일 발사 중 14차례는 이전 정부하에서 도발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르지도 않고, 한·미 연합훈련을 최대한 축소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음에도 북한의 핵 질주는 오히려 극대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가 2017년 문재인정부도 시행했던 북한 미사일 대응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일부 인사가 “압박 위주 대북정책”이라면서 임기 중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북한에 대한 대비 태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대응 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등은 북한이 실제 한국을 공격했을 경우를 상정해 한·미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조치다.

그간 전략적 인내 2.0으로 비판받았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도 실상은 적극성이 있었음이 속속 알려졌다. 지난 8일 유엔 총회에서 제프리 드로렌티스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구체적 제안을 담은 대화 제의 친서를 북한에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한 작년 12월 미국은 백신 6000만 도스를 제공할 의사를 전달했음도 밝혀졌다. 미국은 최대한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접근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대화를 철저히 거부하고 미사일 도발로 응답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철저히 북한 편이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3월 25일에 이어 5월 26일 자신들도 동의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의 자동 부과 조항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미국 책임론을 다시금 천명했다. 미국이 북한의 정당한 안보적 우려를 무시하고 “한반도 문제 대응을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의 장기짝으로 쓰려고 한다”면서 “한반도 전쟁”까지 소환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므로 북한의 모든 행위는 미국에 대한 저항이고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지원할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현 도발 국면을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더는 북한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못하도록 전구(戰區) 차원에서 한국 일본 괌을 겨냥한 핵미사일과 전역(戰域) 차원에서 미 본토 공격 능력을 최대한 배양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별의 순간’을 기다린다. 한국이 해야 할 최우선 순위는 굴종 외교를 재개하는 것이 아닌 북한 핵에 대한 대응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